
오래전 서유럽 여행 때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가이드는 우리 보고 운이 좋다고 했죠. 이곳에 많이 와보았지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허탕 치는 날이 많다는 게 가이드 설명이었습니다. 그녀는 조상님이 은덕을 많이 쌓은 덕분일 거라고 했습니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경이롭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알프스의 눈도 어디선가는 녹아 물이 되어 흐르고 있을 겁니다. 녹아 물방울이 된 물줄기가 작은 도랑물이 되어 골짜기에서 낮은 평야 지대를 흐르면 강이 됩니다. 강은 다시 굽이 굽이 흘러 바다로 흘러가겠죠. 그러나 흘러가는 방향에 따라 만나는 바다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알프스의 눈이 녹은 물이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독일의 라인강을 타고 북해로 가게 될 것이고, 남쪽을 선택하여 방향을 잡아 흐르면 론강과 합류해 지중해가 됩니다. 반면 동쪽을 선택하여 흐르는 물은 도나우강과 만나 흑해가 되죠. 이처럼 강의 운명은 어느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바다가 달라집니다. 물론 자연 현상이기에 선택이란 말이 논리적이진 않죠.
모두 발원지가 알프스산맥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름으로 바다를 만들죠. 라인강은 북해를, 론강은 프랑스를 거쳐 지중해를. 도나우강은 알프스 동쪽의 여러 나라를 거쳐 흑해가 되죠. 알프스의 눈으로 같이 태어났지만 서로 선택은 달랐고 그 결과 지도상에 서로 다른 정체성을 띤 강과 바다로 존재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1980년 초 LG 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컬러 TV 광고문구입니다. 그 시절 이 카피는 시대의 명언처럼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맞습니다. 선택, 너무 중요합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일상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선택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 겁니다.
회사 생활할 때 점심시간이 되면 오늘은 뭘 먹지? 사무실을 나서기도 전에 고민입니다. 그러다 중국집으로 갑니다. 짜장으로 할까, 짬뽕으로 할까. 여기서도 고민입니다. 요즘 같으면 식사 후 커피 마시러 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메리카노로 할지, 아니면 라테나 카푸치노로 할지 잠시 망설이게 됩니다. 이처럼 선택은 늘 고민입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극명하게 갈린 인물이 있습니다. 초한지에서 유방과 항우입니다. 유방은 현실을 냉철하게 살피는 안목으로 사람을 품는 넉넉함이 있었습니다. 반면 항우는 자신의 힘과 그 오만함 때문에 결국 패배자가 되고 맙니다. 그들이 선택이 그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겁니다.
한동훈과 장동혁, 어떻게 될까요? 처음엔 알프스의 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지중해가 될지, 북해나 흑해가 될지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가는 길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초한지의 주인공처럼 언젠가 한 사람은 역사의 패배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결과는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Photo 에세이 > 라떼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까치와 설날 (14) | 2026.02.15 |
|---|---|
| ‘펑펑’과 ‘펄펄’ (8) | 2026.02.11 |
| 상념(想念)의 바다 (10) | 2026.02.04 |
| 집이 뭐길래 (18) | 2026.02.02 |
| 색의 유혹 (17) | 2026.01.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