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이 한창이다. 이때를 놓칠세라 가는 곳마다 상춘객들로 넘친다. 그냥 보는 것도 아까운지 인증 사진을 찍느라 웃음꽃이 여기저기 핀다. 봄은 봄이다. 꽃이 환하게 웃듯 사람들도 어느새 꽃을 닮아간다. 얼마나 기다리던 봄인가. 그걸 아는 듯 벚꽃들도 일제히 팝콘 기계에서 튀어나오듯 꽃망울을 터뜨렸다.
나는 일부러 그 틈에서 멀리 떨어져 헤맨다. 그들이 찍고 있는 인증 사진은 식상하다.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한두 번 찍은 사진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해서 찍다 보니 마치 날마다 먹는 밥에 그 반찬이나 다름없다. 같은 걸 되풀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로감을 느낀다. 그게 지루하고 따분해 카메라를 내려놓고 벚꽃만 지켜보고 있다.
홀연 따뜻한 봄날 중학교 체육 시간에 하던 물구나무서기가 생각났다. 운동장에서 거꾸로 본 교정이 너무 새로웠다. 잠깐 넋 나가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색다른 풍경에 빠져들었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니 조금 전 보았던 그 느낌이 사라졌다. 그때 참 이상했다. 똑같은 모습인데 거꾸로 본 모습과 너무 달랐다.
때론 세상을 거꾸로 보면 새롭다. 평소 익숙한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사는 게 따분하고 지루할 때 머리를 아래로 내려 가랑이 사이로 보라. 뜻하지 않은 발견이 있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는 마법 같은 세상이 연출된다. 어린 시절 즐겼던 거꾸로 보기 놀이가 재미있던 시절이었는데 우린 그 시절을 까맣게 잊고 산다.
벚꽃이 만발한 나무를 바라보다가 다른 사람들 시선을 완전, 무시하고 땅바닥에 엎드려 누었다. 우람하게 하늘로 치솟은 벚나무가 새롭게 렌즈 안으로 빨려든다. 바다가 된 하늘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바람 파도에 실려 춤춘다. 날 보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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