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아포리즘

낙엽과 자전거

by 훈 작가 2025. 2. 4.

모두 가을에 떠났죠. 바람과 함께. 바람 한 점 없는 지금 난 외로이 이 거리를 떠돌고 있습니다. 쓸쓸함이 스치는 밤에도 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이 겨울 언저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유난히 가을엔 낙엽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들은 낙엽이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인 것처럼 수다를 즐겼죠.
 
하지만 가을이 떠난 지금, 떠나지 못한 낙엽 따위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난 마음이 상해 푸념을 늘어놓은 습니다. 그게 사람들의 진심이 아닐 거라 믿고 싶습니다. 떠나지 못한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혹독한 이 계절 때문일 겁니다. 아예 거리에 낙엽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서운한 감정을 꺼내긴 했지만, 이해하렵니다. 다행히 친구를 만났습니다. 우연이었지만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자전거를 만난 것에 대해. 그도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떠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여행은 누군가와 동행해야 외롭지 않습니다. 특히, 겨울에 떠나는 여행은 더욱더.
 
날마다 공원길을 걷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빠지지 않죠. 오늘도 어제처럼 길을 걷습니다. 그때 나도 모르게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오던 길로 다시 갔죠. 자전거 전용도로에 떨어진 낙엽 때문입니다. 잠시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스마트 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습니다.
 
낙엽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가을에 떠났어야 하는데 어쩌다 늦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순간 녀석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왜 여기 있는 거야.”하고 묻고 싶었죠. 녀석이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젠 갈 거예요. 얼른 가서 친구들을 만나야죠.”

'Photo 에세이 > 아포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막한 겨울  (20) 2025.02.17
여백의 미학  (18) 2025.02.11
설날 인사  (14) 2025.01.29
흑과 백  (12) 2025.01.22
12월을 보내며 (3)  (42) 2024.12.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