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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악플

by 훈 작가 2025. 2. 20.

죽음
 
떠올리기 싫은 단어입니다. 누구든 공감할 겁니다.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안타까운 죽음이 있습니다. 그런 죽음이 엊그제 있었습니다. 배우 김새론의 죽음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언론 보도를 보니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낸 원인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은 듯합니다. 배우 이선균의 안타까운 죽음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나 더 그런듯합니다.
 
한 개인의 죽음이 이렇게 거론되는 배경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온갖 악플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그녀의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악플이 죽음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공분이 들끓고 있는 듯 보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당해야 사이버 공간에서 사악한 테러가 멈출까? 묻고 싶습니다.
 
악플이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왜 없어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사회적 공감은 없지 않아 있을 텐데 말이죠. 단언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여야 하는데 현실은 아니거든요. 뻔뻔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세상입니다.
 
죄를 지어도, 범죄 전력 있어도 국회의원을 하고, 부정과 비리를 횡행해도 걸리지 않으면 그만인 세상입니다. 설령 걸려도 재수가 없어 그런 걸로 치부하는 사회입니다. 악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러니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인터넷상에서 버젓이 활개를 치는 겁니다. 그게 다 돈벌이가 되니까요. 적반하장 격으로 오히려 큰소리 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내가 뭘?’ ‘내가 어쨌다고?’ ‘억울하면 법대로 해.’

이미지 출처 : pixabay

뻔뻔함이 통하는 세상에서는 도덕과 윤리가 자리 잡을 수 없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만든 민주주의의 부작용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만 잡으면 그만이고, 돈만 벌면 최고인 세상, 공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겁니다. 그중 하나가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악플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조회수를 끌어올려 돈벌이를 극대화하는 거죠. 남이 죽든 살든 관계없죠. 돈만 벌면 그만이니까.
 
사실상 테러입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악플이 살인 도구가 된 지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만만한 범행 대상이 연예인입니다. 근거 없는 사실로 공격을 받으면 연예인은 속수무책입니다. 억울하고,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대부분 가짜뉴스가 진실처럼 포장되어 인터넷상에서 여기저기 퍼 나르게 됩니다. 결백을 증명하려다 보면 최후에 죽음을 선택하죠.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가짜뉴스를 진실로 받아들이니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거든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습니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이 흙탕물에서 싸움만 하면서 권력과 돈에만 눈이 먼데 그걸 보고 사는 백성들은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도덕과 윤리를 내팽개친 세상에선 절대 악플 테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는 마음이 맑아야 없어집니다.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언젠가는 제 눈에도 피눈물 나는 법입니다. 왜 그걸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저지르는 최악의 범죄는 자살입니다. 왜냐하면 그 자체가 막심한 불효이기 때문입니다. 목숨은 내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겁니다. 아니면 신의 것입니다. 정말 힘들어 자살하고 싶다면 ‘자살’이란 말을 반복해서 백번만 해 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한참 하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살자’ ‘살자’ 하게 됩니다. 거꾸로 읽으면 ‘살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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