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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3

역시 옷이 날개야! 패션은 권력이었습니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이었고 인류의 역사였습니다. 옷이 계급과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왕족이나 귀족은 화려한 색상의 옷으로 권력을 과시했습니다. 우리 조상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그랬습니다. 평민이나 하류 계층일수록 볼품없는 단색 옷을 입었습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사람들은 옷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먹는 문제(食)나 주거 문제(住)보다, 입는 문제(衣)를 제일 앞에 내세운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여기에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고, 심지어 ‘못 입은 거지는, 얻어먹을 수도 없다’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옷은 사람을 규정하는 마력(魔力)이 있습니다. 예비군복이 그렇습니다. 예비군 훈련받는 날이면 .. 2024. 2. 8.
나는 눈꽃입니다. 나는 겨울에 피는 꽃입니다. 해(sun)의 감성으로 피는 꽃이 아니라, 별(star)의 감성으로 피는 꽃입니다. 나는 햇빛으로 아름답게 보이지만, 햇빛 때문에 사라지는 꽃입니다. 모든 꽃이 뜨거운 로맨스 속에 사랑을 맺지만, 나는 그 반대입니다. 나는 사랑을 열정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사랑도 냉정으로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겨울의 영혼을 품은 꽃입니다. 겨울의 진실과 사랑을 담은 꽃이기도 합니다. 순수함만 품고 태어나 아름다움만 보여주고 사라지는 꽃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화려함에 있지 않기에 나는 화려함을 거부합니다. 이 때문에 꽃으로서 유혹의 본능을 지니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차가운 꽃입니다. 겨울 사랑은 신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차가운 사랑이 상처를 줄.. 2024. 1. 23.
추워야 피는 꽃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가을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종착역을 앞두고 달립니다. 따스하던 바람도 서늘해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집니다. 계절의 시계는 변함없이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들의 외출을 더 이상 보기 어려워집니다. 짧은 계절이 아쉽습니다. 공허함이 짙은 그리움으로 가슴에 남는 시간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절기상으로 입동도 지났고, 첫눈까지 내렸으니까요. 가을은 떠나는 계절입니다. 꽃들이 떠났고, 낙엽도 떠나고 있습니다. 따스했던 바람도 떠났습니다. 그 자리를 밀치고 들어온 찬바람이 갈 곳을 잃고 보도 위에 뒹구는 낙엽을 몰고 갑니다. 꽃에 머물고, 단풍에 깃들었던 그리움도 이젠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어딜 봐도 꽃에 이끌렸던 사랑을 느낄만한 대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선이 가.. 2023.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