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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4

수채화(水彩畵) 같은 사진 수채화는 물감을 물에 녹여 그립니다. 물에 녹아들지 않으면 자신의 색을 그림 속에 드러낼 수 없습니다. 화선지에 들어가야 비로소 색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냅니다. 물론 채색 여부는 화가의 선택입니다. 화가의 영혼에 담긴 미학의 관점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물감의 운명입니다. 물감은 화가의 구애(求愛)를 끊임없이 기다리며 조용히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물은 화가의 선택과 무관합니다. 수채화를 그리려는 화가에게 물은 평생 동반자나 다름없는 운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은 화가의 붓끝에 따라 선택된 물감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습니다. 물이 물감을 아무런 조건 없이 품는 겁니다. 물감은 물을 만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색으로서 생명력을 얻어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감.. 2023. 12. 12.
걷다 보면 싫든 좋든 눈에 보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대부분 그냥 지나칩니다.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 만한 대상이 아니면…. 그게 우리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집 밖을 나서 공원이나 거리를 걸을 땐 조금은 달라집니다. 주위에 관심을 끌지 않았던 사물이나 낯선 풍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서면 확 달라집니다. 사진의 주제가 될 만한 게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게 됩니다. 꼭 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그림이 되겠다 싶으면 카메라를 챙겨 나와 찍어 보곤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좋게 보면 열정이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 미친 짓입니다. 사진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면서 생긴 일종의 실험정신입니다. 일단 찍어 봅니다. 눈에 이끌린 풍경이나 .. 2023. 11. 15.
가을입니다(14) 2023. 11. 14.
연출사진 재미있는 영화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보면 재미없습니다. 소설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스포츠 경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녹화방송을 하지 않습니다. 현장 중계를 통해 실시간 TV 전파를 안방에 전달합니다. 결과를 알고 나면 궁금하지 않아 보기 싫은겁니다. 사진은 이와 다릅니다. 보는 순간 바로 느낌으로 받아들입니다. 아! 멋진데, 이런 느낌이 들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미(美)를 관장하는 뇌 영역에서 바로 결론을 내립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이미지 속에 다 있으니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 겁니다. 너무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알고 볼 게 없는 장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열정이 담긴 작품을 보면 하나 같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 2023.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