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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걷다 보면

by 훈 작가 2023. 11. 15.

싫든 좋든 눈에 보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대부분 그냥 지나칩니다.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 만한 대상이 아니면. 그게 우리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집 밖을 나서 공원이나 거리를 걸을 땐 조금은 달라집니다. 주위에 관심을 끌지 않았던 사물이나 낯선 풍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서면 확 달라집니다. 사진의 주제가 될 만한 게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게 됩니다. 꼭 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그림이 되겠다 싶으면 카메라를 챙겨 나와 찍어 보곤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좋게 보면 열정이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 미친 짓입니다.

 

사진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면서 생긴 일종의 실험정신입니다. 일단 찍어 봅니다. 눈에 이끌린 풍경이나 사물을. 보이는 것과 렌즈를 통해 잡힌 이미지가 어떤지, 그 차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감각을 익히게 됩니다. 이런 감각은 말로 표현하거나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론을 통해 배우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딱히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취미로 즐기는 사진은. 자기만족인 거죠. 선운사 도솔천에서 마음껏 셔터의 즐기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11월의 아침 해가 막 산 능선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말 그대로 눈부신 햇살이었습니다. 산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나무 위로 햇빛이 쏟아지면서 나무가 노란 옷을 갈아입고 일어납니다.

 

걷다가 나도 모르게 멈췄습니다. 일단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마음에 들지, 안 들지 알 수 없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SD를 컴퓨터에 꽂고 이미지를 보며 생각해 봅니다. , 이럴 때 셔터를 누르면 이런 사진이 찍히는구나, 알게 됩니다. 위 사진은 꼭 이걸 찍어야지 하고 카메라에 담은 사진이 아닙니다. 찍고 보니 느낌이 괜찮았던 사진입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게 많습니다. 다만, 그것을 무관심하게 지나칠 뿐입니다.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순간순간의 아름다운 장면은 어디에든 있을 겁니다.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 가까운 공원 길이라도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걷다 보면 우연히 지나쳤던 아름다운 풍경도 다시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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