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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별이 빛나던 밤에

by 훈 작가 2023. 9. 26.

어쩌다 우연히 본 밤하늘,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찾아보기 힘듭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일까 말까 합니다. 먹고살기 바쁘니 사실 밤하늘을 볼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별이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본 밤하늘인데 별을 볼 수 없으니  마음이 허전하기만 합니다. 그 많던 별이 다 어디로 간 걸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인간은 오랫동안 밤을 무서워했습니다.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오래전부터 해가 지면 늘 찾아왔던 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인간이 낳은 어둠의 자식들이 나쁜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어둠 속에 깊은 곳에서 작당하거나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리고 이웃들에게 해서는 안 될 못된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착한 이웃들이 나섰습니다. 빛을 만들어 어둠 뒤에 숨어 있는 놈들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밤이 환해졌지만, 도심의 밤은 환락에 눈먼 불나방 천지였고, 거리는 불야성으로 변했습니다. 그때부터 별들이 하늘 변두리로 쫓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의 자식들 때문에 별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겁니다.

별이 빛나던 밤은 추억이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한때 우리는 밤이면 별나라로 여행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별과 함께 보낸 밤은 행복했고, 별이 있어 외롭지 않은 밤이었습니다. 삶이 고달파도 별 보며 꿈을 키웠고, 때론 별 보며 위로받았습니다. 별은 곧 우리의 마음의 안식처였던 겁니다. 이렇듯 별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친구이자 이웃이었습니다. 

추석이 다가오니 고향마을이 떠오릅니다. 초가집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밤하늘을 보던 기억이 납니다. 흩뿌려진 은모래 빛이 쏟아집니다. 달이 없는 날이면 은하수 별빛도 흐르곤 했습니다. 수많은 전설이 내 가슴에 들어와 희망과 행복의 날개도 달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많던 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별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든 찾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도심 변두리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없다면 먼 시골이나 산속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먼저 변두리부터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달동네부터 가보았습니다. 없었습니다. 그러다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벌판으로 가보았습니다. 많지 않은 별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야심한 밤에  만났습니다. 하지만 별들은 여전히 달갑지 않은 표정입니다. 왜 그런지 알았습니다. 예전에 준 상처 때문인 모양입니다. 별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자연을 망가뜨릴 거냐고 울먹입니다.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습니다. 지금도 별들이 살고 있는 변두리에서 우리는 개발이란 이름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별을 만나는 건 저의 오랜 로망이었습니다. 서운한 마음을 달래며 나라도 자연을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면 이웃들에게도 별들의 뜻을 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랬더니 몇몇 남지 않은 별들이 뒷걸음치다가 망설입니다.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다시 한번 별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주저하던 별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조금만 더 함께 있으면 안 될까. 부탁해?”
“네가 한 말 약속하면….” 하고 말을 흐립니다.
“알았어. 꼭 지키게.”
“하지만 오래 같이 있을 수가 없어. 곧 돌아갈 시간이야. 동쪽 하늘을 봐, 동이 트려고 하잖아.”
“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그럼 딱 5분만 함께 있자.”
“….”

별이 빛나던 밤은 있어도, 별이 빛나는 밤은 없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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