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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새벽 마중

by 훈 작가 2023. 9. 17.

예전엔 새벽을 알리는 소리가 수탉 울음이었습니다. 날이 밝아 오면 어김없이 들었던 정감 어린 소리였습니다. 이른 아침 할아버지 손을 잡고 봄 들녘에 나가면 하늘에서 지저귀는 종다리 소리도 기억납니다. 제가 살던 시골 마을의 새벽 풍경이 그랬습니다. 이후, 마을회관 스피커에서 나오는 새마을 운동 노랫소리도 있었을 겁니다. 

습지의 새벽은 이와 다릅니다. 캄캄한 숲에서 들리는 소리는 새소리입니다. 우리는 습관처럼 새 울음소리라 하는데 울음소리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슬프게 우는 것 같지 않거든요. 하지만, 녀석들의 소리 외에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인간의 감각으로 알 수 없는 새벽의 발걸음을 녀석들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어쨌든 습지는 새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먼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새벽은 밤의 끝자락을 알리는 시간이면서 아침이 눈뜨는 시간입니다. 검은 장막에 가려진 하늘이 서서히 파래지며 일출 전까지 그 짧은 시간이 새벽입니다. 새벽은 일출이 시작되면서 해가 뜨고 나면 바로 아침입니다. 새벽은 거기까지입니다.
 
그런데 의문점이 생깁니다. 우리는 닭이든 새이든 그 소리를 우는 소리라 말합니다. 앞서 말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소리는 우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소리를 일방적으로 운다고 얘기합니다. 모르는 저도 헷갈립니다. 새도 동물이니 감정이 있을 겁니다. 과연 우리가 새들의 감정을 제대로 알고서나 하는 소리인지 의문이 듭니다.

서양에서는 우리와 반대입니다. 그들은  새소리를 듣고 운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래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습니다. ‘새가 노래한다. (Birds sing)’라고. 같은 새인데 한국 새는 울고, 유럽이나 미국 새들은 노래할 리 없을 겁니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사고나 감성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녀석들에게는 언어일 겁니다. 날마다 맞이하는 새벽을 굳이 울거나 노래하면서 알릴 이유가 있을까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밤새 잘 있었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는 인사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침 인사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둠 속에서 적막을 깨고 들리는 새들의 재잘거림이 정겹습니다. 우는 소리로도 안 들리고 노랫소리로도 안 들립니다. 영어로 치면 ‘Good morning’이고, 우리말로 치면 ‘안녕’ 이라 들립니다. 녀석들이 그렇게 새벽이 오는 걸 반기고 있습니다. 몇몇 녀석들은 숲을 박차고 나와 동트는 하늘로 날아 올라 새벽 마중을 나갑니다. 새벽이 그렇게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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