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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빛은 선이고, 어둠은 악일까?

by 훈 작가 2023. 8. 14.

세상은 이분법적인 개념으로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흑과 백으로 말이죠. 어떤 것들이 있나 볼까요.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선과 악. 희망과 절망, 사랑과 미움, 아름다움과 추함, 기쁨과 슬픔, 갈등과 화해, 웃음과 눈물, 전쟁과 평화, 용서와 분열, 천사와 악, 낮과 밤 등이 생각납니다. 눈여겨보면 많은 것들이 추상적입니다. 

아마 흑과 백에 해당하는 게 빛과 어둠일 겁니다. 사전적 의미의 어둠은 빛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잘 알다시피, 어둠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혹시 어둠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나요? 잠시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 걸까요.

바둑은 흑과 백으로 나누어 승부를 겨루는 게임입니다. 여기에서 흑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습니다. 흑과 백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적 개념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공존의 개념이지 결코 부정의 개념은 아닙니다.  바둑에서 흑과 백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진은 빛으로 피사체를 표현합니다. 상식이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사진 속의 피사체는 오로지 빛의 결과물입니다. 이때 어둠은 피사체를 보이게 해주는 배경이 되어 줍니다. 이런 측면에서 빛과 어둠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둠과 빛이 어울려 피사체를 보이게 해주는 거죠.

사진 속에 강아지풀이 보입니다. 빛이 있는 곳에 있는 강아지풀만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어둠 속에 묻힌 다른 강아지풀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의 관점에서 보면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거죠. 사람의 눈으로는 절대 사진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배경 속에 숨어있는 다른 강아지풀까지 다 보이니까요. 사진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표현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사진에서 어둠은 빛과 함께 피사체를 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빛과 어둠은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하나가 되어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개념으로 우리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곧 밤과 낮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하나가 되어 하루라는 일상을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빛과 어둠은 하나입니다. 논리적으로 모순이지만 둘 중 하나가 없으면 어느 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바둑의 흑과 백처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개념입니다. 좋다, 나쁘다는 개념은 우리가 만든 겁니다. 따라서 어둠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긍정적인 개념으로 잘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둠을 긍정의 개념으로 다루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루의 반쪽인 밤을 에너지 충전을 위한 휴식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받아들이면 됩니다. 모든 건 마음의 문제입니다. 무턱대고 어둠이 나쁘다는 생각은 일종의 학습된 고정관념입니다. 때론 우리가 배운 개념이 모순일 때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빛은 선이고 어둠은 악이다.”  이 말이 맞다면 과연 우리는 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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