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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
이번 장마 때 극한 폭우로 겨우 몸만 빠져나온 수해 현장 주민의 말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주민은 어두운 얼굴로 여기서 60년을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화면이 바뀝니다. 쑥대밭이 되어버린 시골 마을이 나옵니다. "농민들 다 죽으라고 하는 것 같네요. 하늘도 정말 무심하지." 폭우가 쏟아진 시골의 한 농부가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한 말입니다.
반대로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땅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논밭이 타들어 가는 상황이 벌어져도 농민들은 똑같은 말을 할 겁니다. 내 자식처럼 정성스레 키운 농작물이 죽어가는데 그 심정을 어떻게 헤아리겠습니까. 너무 속상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독백처럼 무심코 나온 말이 ‘하늘도 무심하지’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농사일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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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다 보면 억울한 상황에 놓이거나, 때로는 감당하지 못할 큰 사건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예상되는 상황을 크게 넘어서는 일이 일어나거나 갑작스러운 큰 사고와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깊은 절망과 함께 무력감에 휩싸입니다. 그럴 때마다 살면서 무수히 내뱉는 말이었고, 듣던 소리였습니다. 심지어 이번 장마로 갑작스레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더 하늘이 무심하다고 원망하는 말을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늘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어찌 보면 하늘도 할 말은 있을 겁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하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하늘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다 보면 하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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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지,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지금껏 나한테 어떡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무슨 일만 땅에서 벌어지면 내 탓하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 다 자업자득이야. 자동차 매연으로 대기오염 시키고, 탄소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 올라가고, 여름철에 에어컨 틀어 프레온 가스 때문에 오존층 파괴하고, 이게 다 하늘로 올라와 나도 죽을 지경이야. 왜? 자꾸 나만 탓하는 거야. 양심이 있으면 대답해 봐. 대답해 보라고.”
“….”
“왜? 말을 못 해. 내가 무심하다고, 너희들 착각하지 마. 내가 너희들 편이어야 할 이유가 없어. 나는 지구촌에 모든 생명체의 삶을 존중해. 너희들만 이기적이야.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 지구는 너희들께 아니야. 주인처럼 행세하지 마. 만물의 영장답게 좀 겸손하고, 다른 생명들에게도 배려심을 갖도록 바래. 너희들 말로 기후변화는 인과응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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