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요르드1 게이랑에르 가는 길 비가 내린다. 노르웨이의 첫 인연이 비였다. 여행에서 만난 비는 반갑지 않다. 그래도 여행인지라 그땐 내색하지 않았다. 오슬로를 벗어나면서 빗방울이 굵어졌다. 애써 불편한 마음을 감추었다. 숙소인 와달(Wadal)에 도착해서도 그저 지나가는 봄비이려니 했다. 막연한 기대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단 마음이 편했다. 야속하게도 다음 날 봄비는 그치지 않았다. 사실 걱정되었는지 새벽에 눈이 떠졌었다. 커튼을 거두어 보았다. 걱정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실낱같은 기대가 실망으로 다가온다. 순간 잠자고 있던 체념이란 단어가 슬그머니 기어 나오더니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나는 그 녀석을 가슴에 안고 침대로 들어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비를 맞으며 투어버스에 오르자 인솔자가 최종 인원을 확인하고서 버스는.. 2024. 3.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