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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동남아

인천공항 해 넘이

by 훈 작가 2026. 4. 21.

제1터미널 23번 탑승구쪽에서 촬영 : 4월 14일 화요일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다. 결정한 순간부터  더 부풀어 오른다. 국어사전 속에 잠자는 명사 가운데 이런 단어는 없다. 단언컨대 해외여행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여행이 이처럼 설렘 넘치게 하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설렘 때문에 여행은 즐겁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감을 우리에게 선물해 준다.
 
여행을 사랑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사랑이 느끼게 해 주는 황홀함 때문이 아날까 싶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잠이 안 온다. 꽃밭에서 들뜬 기분으로 연인의 손을 잡고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는 것은 상상해도 감미롭다. 그런 기분이 어쩌면 해외로 떠나는 공항 출국장을 나서는 기대와 흥분과 닮아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행이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는 기대와 흥분이라면 사랑은 가슴속에 감추어진 심장이 ‘심쿵 심쿵’ 뛰게 만드는 설렘이다. 반면 사랑의 콩깍지가 현실로 바뀌는 순간 설렘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다. 그 자리에 오해와 다툼이 자존심을 흔들면 사랑의 환상은 깨지기 쉽다. 여행은 어떨까. 환상이 깨지는 순간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현실과 마주한다.
 
여행에는 사랑에 없는 게 하나 있다. 공항이다. 설렘을 현실로 이어주는 관문이기도 하다. 캐리어를 끌고 오가는 얼굴엔 저마다 잔뜩 부푼 행복이 묻어난다. 하나 같이 환한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곳에선 모두 행복이 눈으로 보이고, 몸으로  느끼게 된다. 입국장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설렘이 마음에만 머물렀다면 출국장부터는 몸으로 느낀다.

제1터미널 23번 탑승구쪽에서 촬영 : 4월 14일 화요일

공항이란 공간에 들어오면 감정이 전염된다. 놀랄 것 없다. 즐거움 넘치는 행복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함께 떠나는 사람끼리 즐거움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퍼진다. 모든 여행자가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곳이 바로 공항이다. 인천공항은 행복이 감염되는 최적의 공간이다. 해외여행이 로망인 이유 중에 하나다.
 
오후 5시 10분, 리무진 버스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들어섰다. 그런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썰렁하다 못해 너무 한산하다.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했었는데, 아니다. 이게 인천공항이 맞나 싶었다. 트럼프가 연출한 이란 전쟁 탓인가? 아마도 항공사와 여행업계 이란 전쟁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듯하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탑승구로 갔다. 여유롭게 비행기 타는 시간을 기다리며 활주로를 보고 있다. 이륙하고 착륙하는 비행기소리가 뜸하게 들려온다. 붐비던 면세점마다 별로 여행객이 많지 않다. 바로 그때 조용한 저녁 하늘에 해가 지는 게 보였다. 인천공항에서 처음 보는 일몰이다. 줄어든 여행의 설렘을 대신 이거라도 채우고 여행을 가라는 뜻인가 보다.
 
운 좋게 해넘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인천공항의 예기치 않은 일몰이 나를 위로해 준다. 어쨌거나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 온 세상이 트럼프 하나 때문에 아우성쳐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인천공항이 하루라도 빨리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설렘을 가득 안고 떠나야 하는 여행인데 설렘이 줄어들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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