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빵-빵-빵 기적을 울리며~
시골 버스 달려간다.
동쪽으로 가면 동해 바다~
서쪽엔 서해 바다~
귀에 익은 우리 가요가 들렸다. 박상철의 ‘빵빵’이다. 오후 호이안 첫 일정인 바구니 배 타러 가이드를 따라가는 길이다. 무심결에 나도 따라 불렀다. 일단 경쾌한 트로트 노래가 들리니 반갑긴 하다. 한국 관광객을 위해 분위기를 돋우려는 의도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이 바구니 배 타는 곳이었다.
유창한 한국 노래라 혹시 했는데 베트남 현지인이다.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 노래 실력이 제법이다. 주변은 온통 코코넛 숲으로 우거졌고, 숲 사이로 좁은 수로가 있다. 그곳을 따라 흐르는 강물에 바구니로 만든 배가 관광객을 태우고 강을 따라 내려가는 게 보였다. 바구니 배라니 장난감 배도 아니고 일단 호기심을 자극한다.

베트남 전통문화인 ‘바구니 배’는 호이안 어부들이 투본강에서 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코코넛을 반으로 갈라놓은 모양과 닮아 ‘코코넛 배’라고도 불린다. 보기에는 뒤집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보여서 불안하다. 실제로 타보면 안전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정작 배를 탄 사람들의 표정은 웃음 가득하다.
2명씩 바구니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갔다. 배는 지구본을 반으로 자른 것처럼 반구형이다. 가운데 널빤지를 깔아 2명이 앉고 사공이 앞에서 노를 저었다. 내가 탄 배는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한 아낙네가 뱃사공이다. 앉자마자 배가 코코넛 숲 사이를 따라 내려간다. 흥겨운 트로트 음악과 노래가 강 쪽에서도 계속 들렸다.
탁 트인 강 중앙에 도착했다. 관광객을 태운 수많은 바구니 배가 이 보인다. 강 광장 가운데 조그만 무대가 여러 곳 있다. 사공이 그곳으로 배를 몰고 다가가더니 밧줄로 무대에 배를 움직이지 않게 묶었다. 우리 일행 배가 한 자리에 모였고, 무대 위에선 현지인이 마이크를 들고 신명 나게 분위기를 돋우며 노래했다.

여기저기서 천 원짜리를 꺼내 건넨다. 까맣게 그을린 현지인의 얼굴이 너무 안쓰럽게 보였는지 아내도 이천 원을 주었다. 노랫소리는 흥을 돋우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들의 삶이 어둡게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라도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하는 그들의 처지 때문일까. 알 수 없는 우울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팁을 받은 그가 더 신나게 몸을 흔들며 ‘내 나이가 어때서’를 이어 불렀다.
야~야, 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가이드 말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월남전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학살을 고발하는 증오비가 100여 곳에 있다고 한다. 후손 대대로 만행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머리끝이 쭈뼛해진다. ‘라이따이한’의 슬픈 사연도 얘기했다. 우리가 그랬던 나라다. 우리의 반일(反日) 정서가 있듯이 그들도 반한(反韓) 감정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베트남 사람들이 용서했을까? 아니면 잊었을까? 우리는 일제 만행을 잊지 않고 있다. 지금도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은 잊지 않고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도 우리에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진짜 속마음은 어떨까.
1992년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 우리는 국교를 정상화했다. 베트남이 정치적으로 상호 간에 자국의 이익과 발전,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거사를 거론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그들은 마을에 세워진 증오비를 철거하거나 위령비로 바꾸도록 국민에게 설득해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베트남은 월남전의 승전국이다. 베트남인은 이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단지 미국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참전한 용병국이어서 전쟁에 대한 책임과 배상할 이유가 없는데 왜 적대국으로 배척해야 하는가,라고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말한단다.

베트남에 여행 오면 한국 관광객이 많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 혹시 우리가 잘 산다고 얕보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우쭐해하며 베트남을 찾지 않았으면 싶다. 호이안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 유행가가 반가웠다. 하지만 한국 유행가를 부르는 그들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숨어 있는 눈물이 있어 보였다.
'인생은 여행이다 > 동남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호이안 old town (12) | 2026.04.25 |
|---|---|
| 고혹적인 등롱의 빛 (4) | 2026.04.24 |
| 다낭 원덤 골든 베이 호텔 (10) | 2026.04.22 |
| 인천공항 해 넘이 (14) | 2026.04.21 |
| 달랏의 아침 (43) | 2025.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