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이안 옛 거리(old town)에 들어서자 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꽃이었다. 제일 흔한 게 빨강과 분홍이다. 꽃이 풍성하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너무 신기하다. 꽃 속에 또 꽃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름이 궁금했다. 저만치 앞서가는 가이드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까먹었단다. 생각나면 알려 주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 사냥에 열중하고 있을 때 가이드가 생각났는지 내게 와 꽃 이름이 생각났다며 알려 준다. ‘부켄베리아’란다. 나는 이름을 안 잊어버리려고 반복해 외웠다. 그런데 외워도 외워도 이름이 도망간다. 우선 꽃말이 뭔지 찾아봤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또는 ‘정열’ ‘조화’다. 열대성 넝쿨식물로 나와 있다. 꽃으로 보였던 꽃이 꽃을 싸고 있는 잎(포엽)이라 설명되어 있다. 진짜 꽃은 안에 아주 작은 하얀 꽃이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풍흥의 집(Phung Hung House)’이다. 호이안에서도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란다. 19세기에 '풍흥'이라는 무역상이 물건을 팔기 위해 지은 집으로 현재 8대 후손이 거주하고 있다는 집이다. 베트남 건축 양식에 중국과 일본의 기술이 섞여 있는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운 데다 여행객들로 붐벼 혼잡하다. 게다가 직접 만든 수공예품과 기념품까지 판매한다. 사람이 많아 자세히 살펴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눈도장만 찍고 나왔다.

이곳을 나오니 바로 내원교다. 호이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손꼽히는 곳으로 알려졌다. 1593년에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거주지와 중국인들의 거주지를 연결하기 위해 만든 다리다. 특이한 것은 지붕이 있고 내부에 작은 도교 사원이 있다. 사원은 이곳을 지나가는 선박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단다. 명소라 그런지 이곳에서도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 동남아시아 사람이었다.

여기서 가이드는 내원교를 호이안의 랜드마크라 설명했다. 뜬금없이 무슨 랜드마크? 그러더니 지갑에서 베트남 지폐 한 장을 꺼내 보였다. 그가 꺼낸 20,000동 지폐 뒷면을 보여주며 화폐에 들어갈 정도로 베트남에서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유적지라고 말했다. 다리를 경계로 오른쪽은 중국 상인, 왼편은 일본 상인이 거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17세기를 기점으로 일본 상인이 급격하게 줄어 화교들의 독차지가 되었다고 한다.

투본강을 따라 인상적인 것은 콜로니얼 양식의 건축물에 지붕을 얹은 노란빛의 건축물이다. 햇빛을 받은 건물들이 다양한 풍경을 만든다. 일행 중 한 분이 이곳에 사진을 찍으러 많이 와 본 모양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새벽에 오면 부드러운 색감, 낮에는 원색의 진한 색, 해질 무렵엔 석양이 투영된 붉은색으로 연출된다며 진정한 매력을 보려면 고요한 새벽에 찾으라고 조언한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다음에 간 곳은 ‘광조회관’이다. 이곳은 1885년 말 중국 광저우 화교들이 지은 커뮤니티 공간이다. 베트남 건축 양식에 중국 광둥성 양식을 가미해 지었다. 이곳에는 관우 신과 항해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배를 지켜주는 천후 여신을 모시고 있다. 과거 중국 화교들이 상거래 장소로 이용되었고 현재는 베트남 화교들이 친목을 도모하는 향우회 장소로 사용되고 있으면 제단으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호이안에서 가장 중국 색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으로 건축 양식뿐만 아니라 조경까지 중국 전통 기법에 따라 지어졌다. 격자 모양으로 지붕을 받친 모습은 베트남 양식이지만 육각형 천장, 대들보는 일본 건축 양식이다. 내부의 장식들은 중국식 요소가 강하다. 베트남 특유의 좁고 기다란 구조의 2층 건물로 건설 당시에는 실크, 차, 목재, 계피, 한약재 등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쓰였다.

일정의 마지막 코스가 ‘턴키(Nha Co Tan Ky)’의 집이다. 이 집은 약 200년 전 호이안의 재벌이었던 중국인 턴키가 거주하던 곳으로 현재는 턴키의 8대 자손이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 집은 호이안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집으로 베트남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건축 양식이 혼합된 특이한 양식의 집이다.

과거 턴키는 물건을 구매하고 싶을 때 각국에서 온 상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 앞에 도착하면 건물의 위층에서 상인들이 가져온 물건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을 시 무언가를 밖으로 던져 상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고 하는데. 이 신호를 받은 상인들만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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