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 노래가 떠올랐다. 호이안 마지막 일정이 소원 배를 타기 때문이다. 소원 배라고 하니 당연히 무언가 소원을 빌어야 할 것 같다. 딱히 생각해 놓은 건 없다. 그냥 소원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으니 하는 말이다. 설령 소원을 말한다 한들 그게 이루어지겠는가. 그럴지라도 마음속으로 무얼 소원으로 빌지, 하고 고민 아닌 고민에 빠져 본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스며들면서 호이안의 밤은 서서히 눈을 뜬다.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특히 투본강을 중심으로. 게다가 야시장을 끼고 있다 보니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 수 없다. 투본강 용 다리를 중심으로 소원 배 타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는지 수수께끼 같다.

낮에 늘어지게 자고 있던 나룻배들이 하나둘 출근을 서두른다. 여기저기 배 위에서 서 소원 등을 준비하는 뱃사공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달리 보면 소원 배 타기 축제를 준비하는 현장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나룻배에 있는 2개의 등불에 불이 켜지고 소원 배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강가에 대기 중인 나룻배에 아내를 포함해 4명이 탔다. 자리엔 앉자마자 사공이 구명조끼를 건네주는 걸 입었다. 이윽고 뱃사공이 노를 움직여 출발한다. 그런데 생면부지의 사공이 너무 무뚝뚝하다. 이곳 현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친절했는데 좀 이상하다. 아마 집에서 나오기 전 부부싸움이라도 했나 싶다.

배가 움직이면서 나는 카메라를 들어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공이 태클을 건다. 사진을 찍지 말란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움직이는 게 불안하게 느꼈나 보다. 어쩔 수 없이 사공의 말대로 사진 찍는 걸 접어야 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배에서는 선장의 말이 곧 법이니 그의 말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배가 강으로 들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공이 조그만 종이배를 하나씩 준다. 종이배 가운데 촛불이 켜져 있다. 모두 종이배를 받아 들자 강에 띄우라고 손짓으로 알려준다. 아마도 소원을 빌면서 띄우라는 뜻 같다. 나는 ‘로또 당첨되게 해 주세요.’하고 종이배를 강물에 살짝 놓았다. 하지만 말이 떨어 지기가 무섭게 종이배가 기울어지고 말았다.

오~호 애재(哀哉)라!
로또의 꿈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다른 배에서 띄운 소원 배는 투본강을 따라 둥둥 잘만 떠내려가는데.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무뚝뚝한 뱃사공이 얄밉게 보인다. 조금이라도 떠내려가다 그렇게 되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소원 등 종이배를 강물에 놓자마자 타이타닉호처럼 중심을 잃고 침몰해 버린 것이다.
뱃사공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노만 저었다. 용 다리 위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느라 강 아래를 지켜보고 있다. 배가 그 밑을 통과하는 순간 우린 모두 머리를 숙여야 했다. 다리가 낮기 때문이다. 투본강 위에는 온통 소원 배로 불야성을 이룬다. 밤하늘에선 이를 촬영하는 드론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강변 쪽에 자리 잡은 카페마다 자리 잡은 관광객들이 맥주를 마시며 여유롭게 호이안의 밤을 즐기고 있다. 낮에 거닐던 호이안 올드타운이 아니다. 말 그대로 낭만적이고 운치가 느껴지는 호이안의 밤 풍경이다. 호이안의 밤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줄 진짜 몰랐다. 연인끼리라면 더욱 달콤한 밤일 듯싶다.
투본강 소원 등 띄우기는 호이안 전통 등불 축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연꽃 모양의 종이 등을 띄워 가족의 건강과 행복 등 소원을 빌며 행운을 기원하는 낭만적인 밤의 문화다. 등불 축제와 같이 매월 보름달이 뜨는 밤에 등(Hoàng Đăng)을 띄우며 번영과 평안을 빌던 풍습이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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