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홀연 이 노래가 떠오른 이유는 핑크뮬리 때문입니다. 사실 핑크빛이 설레게 하는 계절은 봄입니다. 왜냐하면 봄에 피는 꽃은 핑크빛 분홍색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벚꽃, 패랭이꽃, 진달래꽃, 철쭉꽃, 복숭아꽃, 홍매화가 분홍색입니다. 이런 이유로 분홍색은 봄과 잘 어울리는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은 다릅니다. 화려했던 봄날의 색이 퇴색되어 갑니다. 핑크빛이 설레게 했던 봄과는 정반대의 계절입니다. 이런 와중에 핑크뮬리를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핑크(pink)라는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여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한 감성으로 다가오거든요. 여성들이 좋아하는 색인 동시에 여성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죠.
핑크빛 분홍색은 여성의 화장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분홍색 립스틱에 핑크색 볼연지로 터치하며 미모를 한껏 뽐내고 싶어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달아나는 젊음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화장이 더 짙어지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 본능적으로 핑크빛 피부를 갖고 싶어 하는 게 여자의 심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핑크빛은 여성들에게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힘이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모르긴 해도 핑크빛이 여성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핑크뮬리 꽃밭을 거니는 여성들의 환한 미소를 짓는 표정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행복해 보입니다.
여성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Scientific America 저널에도 언급된 주요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여성들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굳어진 노동 분업에 의한 결과랍니다. 남성은 수렵, 여성은 채집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붉은 열매를 따는 과정에서 붉은색 계열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일을 맡아하면서 아기 얼굴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숙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들 특유의 공감 능력도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 과정을 통해 경험한 색상의 선호가 남자들과 다르게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게 된 결과라고 합니다.
요즘 SNS에 올라오는 인증사진을 보면 예전과 많이 달라진 듯합니다. MZ세대들은 색감을 중요시하는 점입니다. 핑크색 ‘갈대’로 불리는 ‘핑크뮬리’부터 서양 억새로 불리는 ‘팜파스그라스’까지 외국에서 들어온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옛날과 달리 우리의 가을 풍경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핑크뮬리가 생태계교란종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름철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금계국도 위해성 2급으로 분류된 식물이랍니다. 모두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해 주변 우리 생태계 악영향을 끼치는 종(種)인데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을 홍보하고 방문객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리며 심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인 상황입니다. 생태계 파괴를 생각하면 심지 말아야 하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힐-링의 관점에서 보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게 식물입니다. 그러다 보니 환경이라는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햄릿의 고민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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