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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에어쇼를 보면서

by 훈 작가 2024. 10. 16.

쇼는 볼만한 구경거리여야 합니다. 그런데 공짜로 보는 쇼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미 서부 여행 때입니다. 여행 전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벨라지오 분수 쇼는 반드시 봐야 한다는 여행 후기가 많았습니다. 유명한 쇼인가 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아 가보았습니다.

 

9, 조명을 받은 분수가 잠에서 깨어 요정이 춤추듯 했습니다. 음악의 선율에 따라 분수 쇼가 연출되었습니다. 고작 3분 정도였습니다. 시작인가 싶더니 끝이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더니 싱겁게 끝난 겁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무얼까? 공짜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돈 주고 Wynn 호텔에서 본 르 레브 (LE REVE SHOW)는 달랐습니다.  레브 (LE REVE SHOW) 프랑스어로 “이며 수영발레 그리고 특수효과가 환상적으로 결합한 공연이었습니다피카소 그림 “LE REVE”(영어로 하면 THE DREAM) 이름을 따서 만든 쇼로 소문난 잔치처럼 (눈으로) 먹을 게 많은 쇼였습니다.

 

쇼는 즐거움을 줍니다. TV를 보면 가수와 개그맨 등 연예인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웃기는 동작과 말로 감동과 위로를 안겨줍니다. 볼만한 구경거리가 없다면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떨어져 사람들이 외면할 겁니다. 쇼의 기본 요소인 구경거리가 별 볼 일 없기 때문일 겁니다.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에어쇼는 어떨까. 일단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로서는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움직이는 물체를 찍어야 하니 쉽지는 않거든요. 일반적으로 풍경 사진은 피사체가 정지된 상태니까요. 세종시 축제 첫날 오전 11, 블랙이글스 에어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엔 망설이다 연습 삼아 찍어 보기로 하고 나섰습니다.

 

상식이지만 사진은 어디서 찍느냐가 중요합니다. 좋은 위치에서 찍어야 좋은 사진이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10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주차장 입구부터 차들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빨리 차를 돌렸습니다. 주차가 여유로울 것 같은 금강 변 이응교로 갔습니다. 주차하고 나니 1030분이었습니다.

전망대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좋은 자리는 가족 단위로 아이들과 함께 온 관람객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렵게 빈틈을 비집고 자릴 잡았습니다. 혹시 옆에 있는 학생들에게 민폐가 될까 봐 괜찮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다행히 양해를 해주어 그 자리에서 찍기로 했습니다. 움직이기엔 조금 좁기는 했지만요.

 

11시 정각, 블랙이글스 편대가 북쪽 상공에서 나타났습니다. 움직이는 비행기를 따라가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잘 찍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일단 비행기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기에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주변에선 환호성이 터지는데 난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렌즈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에어쇼는 30분간 이어졌습니다. 짧은 시간 찍은 사진이 무려 374장이나 됩니다. 연사(연속촬영)로 찍었기 때문입니다. 1초에 최소 8장에서 12장까지 찍을 수 있으니 가능한 겁니다. 보통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으려면 그렇게 찍거든요. 문제는 정확하게 초점을 얼마나 잘 맞추고 흔들리지 않게 찍느냐입니다.

 

쇼가 끝났습니다. 공짜로 본 것치곤 볼만했습니다. 하늘 무대에서 사라진 주인공들은 관객들의 박수조차 받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정말 멋지고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곡예비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을까 싶습니다. 쇼는 쇼다워야 하는데 오늘 쇼는 쇼다운 쇼였습니다.

하지만 우린 쇼 답지 않은 쇼를 볼 때가 있습니다. 긍정적이지 못한 쇼를 이르는 말입니다. 누군가 쇼하고 있네 하면 그건 쇼가 아닐 겁니다. 남을 속이기 위해서거나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행동을 보여 줄 때 쇼하고 있네’ 라고 말합니다. 정치인들이 소설을 쓰고 있네’ 하는 말도 비슷한 맥락일 텐데, 직접 들으면 기분 상할 것 같습니다.

 

노쇼(No-Show)도 있습니다. ‘예약 부도라고도 하죠. 반대로 식당에서 예약 시간이 한참 지나서 등장해 자리와 음식을 요구하는 애프터 쇼(After-show)’도 있습니다부정적인 쇼는 모두 없어져야 합니다. 선진 시민사회로 발돋움하려면 긍정적인 쇼만 있어야 합니다. 제발 상식에 반하는 쇼가 사라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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