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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연날리기

by 훈 작가 2025. 1. 16.

흔하게 볼 수 있던 풍경입니다. 겨울방학이면 동구 밖 언덕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연날리기 놀이에 여념이 없었죠. 지금은 아닌 듯합니다. 아파트 놀이터에 휑하니 찬바람만 불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따뜻한 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는지, 태권도장에 가서 노는지, 아니면 학원에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마냥 겨울방학이 즐거웠습니다. 온종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습니다. 그때 하던 놀이가 연날리기, 팽이치기, 얼어붙은 냇가에서 썰매 타기였습니다. 특히, 바람 부는 날이면 연을 날리며 시간을 보냈죠. 그 시절 개구쟁이 또래 아이들은 비슷한 추억을 먹고 자랐을 겁니다.

얼레를 들고 팽팽한 연줄을 감았다 풀었다 할 때 팽팽한 손맛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늘로 솟구치며 나풀거리는 연을 보는 기분은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죠. 말 그대로 안 해 본 사람은 모르죠. 그 쾌감이 어떤지. 추운 날씨에도 흘러내리는 코를 옷소매로 닦으며 놀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어쩔 수 없죠. 아날로그 시대 놀이는 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잖아요. 그 시절엔 요즘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어도 놀거리가 많았죠. 연날리기뿐만 아니라 동네 골목이나 마을 공터에서 제기차기, 자치기, 말타기 하며 노는 것도 머슴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였습니다.

지금도 기억납니다. 대나무를 곧게 깎아 신문지 위에 놓은 다음 다른 하나는 둥글게 해 윗부분에 대고, 풀로 붙이면 그만입니다. 보통은 창호지로 만드는데 종이가 귀하던 시절이라 신문지로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연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를 깎다 보면 간혹 실수로 손이 베어 피나 나기도 했죠.

 

그렇게 만든 연을 갖고 동네 언덕배기로 갔죠. 서툰 솜씨로 만든 연은 금방 표가 납니다. 연이 제대로 날지 못하는 겁니다. 빙글빙글 돌다가 곤두박질치기가 일쑤였죠. 옆에 있던 형들이 연줄의 중심을 고쳐 주고서야 날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준 방패연을 들고 와 부러웠죠. 가오리연보다 훨씬 잘 날았거든요.

격세지감이란 말이 실감 납니다. 사실 난 요즘의 게임 문화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컴퓨터가 등장한 후 아래 한글도 겨우 어깨너머로 배웠으니까요. 그나마 그것도 어설프죠.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죠. 적응해 가고는 있지만 울렁증은 여전합니다. 키오스크도 그렇고, 인천공항 항공권 무인 발권기 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사라지는 것도 많습니다. ‘라테는 말이야.’ 하고 말하면 뒤돌아 비웃는 세상입니다. K-pop이니 한류이니 말하지만, 자연스럽게 전통문화나 놀이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K-pop이나 한류(韓流) 열풍을등에 업고 우린 대담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에 이어 시즌-2가 또다시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의 전통 놀이라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 놀이를 하면서 자란 사람은 대부분 쉰세대이거든요.

 

전통 놀이가 외면당하는 현실입니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시대 흐름이 그러니 시대 유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는지. 디지털 문화에 휩쓸려 우리의 전통 놀이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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