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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쓰면 같은데 한문으로 바꾸면 다릅니다. 자유(自由)와 자유(自遊)가 그렇습니다. 일상에서 ‘자유’라고 하면 자유(自由)로 생각하기 쉽니다. 그러나 자유(自遊)는 스스로 자(自), 놀 유(遊)입니다. 한글로 풀어 보면 ‘혼자 놀기’가 맞을 듯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단어를 언급한 이유는 인생 2막과 관련이 있기에 가져왔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인생 2막의 신입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자의든 타의든 관계없이. 동시에 자유(自由)와 다른 자유(自遊)의 시간을 얻게 됩니다. 예정된 인생의 여정이죠. 그런데 자유(自由)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버거워지죠. 왜냐하면 준비된 ‘자유(自遊)’ 없기도 하지만, 혼자 놀기가 쉽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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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은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대로 지낼만합니다. 문제는 어느 순간 자유(自由)가 지겹고 따분하게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주어진 무한자유(自由)의 시간과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지내야 할지 답답함이 몰려옵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웹서핑도 할 수 없고, 책을 읽는 것도 한계가 있고, 날마다 산에 갈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삶이 무료(無聊)해질 수 있습니다. 심하면 우울증이 되죠. 딱히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어도 할 만한 일자리도 없습니다.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밀려나는 게 은퇴 생활입니다. 결국 선택의 여지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경제력이 없으면 불가피하게 자영업에 뛰어들게 되죠. 다행히 먹고 살 만하면 혼자 놀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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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지 않은 탓이죠. 물론 옛날에 비해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다양해지긴 했죠. 사회적 흐름도 많이 변했고요. 그러다 보니 ‘혼술’, ‘혼밥’ ‘혼영’이니 하는 신조어도 생겼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게임이나 SNS도 하며 나 혼자 놀기도 하지만 무한 지유의 공간을 채우긴 한계가 있습니다.
자유(自遊), 제일 좋은 방법은 취미를 즐기는 겁니다. 다양하죠. 취미(趣味)의 기본은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취미’라는 단어에 ‘맛 미(味)’가 들어가 있습니다. 네 취향에 맞는 맛(재미)을 찾아서 하는 게 취미입니다. 재미가 있어야 몰입하게 되고 즐길 수 있습니다. 내 경우 얼떨결에 사진 찍는 게 취미와 글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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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혼자 놀기에 좋은 취미입니다. 회사 다닐 때는 사내 산악회 회원들과 주로 산에 많이 다녔는데 막상 퇴직하고 나니까 혼자 다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평생학습원 카메라 반에 등록했죠. 어차피 있는 카메라니까 돈 들여 살 필요도 없으니까요. 대충 개념 정도만 배웠죠. 이후 감각을 익히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잘 찍지는 못해도 혼자 놀기(自遊)에 부족함이 없었죠. 사진을 취미로 하지 않았다면 블로그도 못 했을 겁니다. 블로그도 혼자 놀기에 딱 이었습니다. 다만, 아날로그 세대라 컴퓨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에 많이 버벅거렸죠. 무슨 일이든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잖아요. 사진과 블로그는 혼자 놀기에 제격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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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인생 2막의 무대로 내몰린 사람이 많을 겁니다. 내가 그랬듯이 많은 사람이 무한 자유(自由)의 시간과 공간에서 보낼 겁니다. 한동안은 마시멜로처럼 달콤합니다. 하지만 인생 2막의 시간을 보내야만 할 사람들은 혼자 놀기(自遊)를 준비해야 할 겁니다. 나름 어떻게 보내고 즐겨야 할지 준비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새해 첫날 몇몇 후배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자유(自由)와 자유(自遊)를 즐길 준비를 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놀 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가 일중독에 매몰된 탓이라고 난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이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 찾아야만 합니다.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요즘은 지자체마다 평생학습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놀 줄 모르는 한국인으로 지내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각자도생해야 합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며 보낼 수는 없잖아요. 인생 2막이 행복하게 보내려면 자유(自由)와 자유(自遊)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은퇴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어진 자유(自由), 어차피 자유(自遊)를 찾아야 합니다. 놀 줄 모르는 한국인에서 놀 줄 아는 한국인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늘 일상을 지배해왔던 변화가 멈추면 멍해집니다. 심하면 우울증이 옵니다. 사회적 유통기한이 다 지났으니 용도폐기 된 기분이니까요. 자유(自遊)를 찾아야 인생 2막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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