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빚이 있습니다. 발음이 똑같습니다. 점하나 차이입니다. 그러나 빛은 태양만 갖고 있고, 빚은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인간 세상의 빚은 남에게 갚아야 할 돈으로, 꾸어 쓴 돈이나 외상값 등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돈하고 관련된 채무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꼭 그것만 빚일까요. 아닐 겁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채무자입니다. 죽을 때까지 빚을 갖고 태어난 존재입니다. 물론 돈이 아닙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받은 것에 대해 갚지 못하는 빚이 너무 많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나’라는 존재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갚지 못할 겁니다.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인생이란 빚은 자신이 원해서 얻은 게 아니니 빚이라고 말하면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본인의 의지 또는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받은 것 대비 갚지 않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거의 공짜로 여기며 받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빚입니다.
사실 그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빛에 대한 빚이 있습니다. 생명체로써 존재에 대한 빚입니다. 여기에 추가하여 기본적인 빚은 공기, 물, 먹거리가 있습니다. 삶의 기본적인 것들이죠. 상식적으로 공기는 3분, 물은 3일, 음식은 3주 정도 마시거나 먹지 못하면 인간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빛과 더불어 필수죠. 이 중에 물(수돗물)과 음식은 돈 주고 사 먹는다고 쳐도 빛과 공기는 공짜입니다. 빛과 공기를 돈 주고 산 사람은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무료로 무한 제공받습니다. 혹자는 자연으로부터 모든 생명체가 공짜로 혜택을 받는 만큼 빚이라는 게 모순이라 항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공짜입니다.
얼굴 붉히며 논쟁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겨울이다 보니 빛의 고마움에 새삼스럽습니다. 흐린 날이 잦다 보니 햇빛이 그립습니다. 산책길에 얄궂게도 구름이 햇빛을 빼앗아 갑니다. 하늘이 놀부 심보를 부리는지 구름을 끌어당겨 숨겨버리는 것 같아 쳐다보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긴 합니다.
사실 빛에 대한 고마움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기적이었죠. 당연한 것으로 여겼으니까요. 그래서 하늘이 기분이 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베풀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 스스로가 오만해졌을지도 모르잖아요. 우리가 누리는 지구라는 행성의 대자연이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았는지도 모르거든요.
있을 땐 모릅니다. 없을 땐 깨닫게 되죠. 고마움을. 그게 꼭 햇빛만이 아닐 겁니다. 물도, 공기도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여름철 농번기에 비가 안 오면 난리죠. 봄에 황사나 대기오염으로 공기가 탁해지면 고통스럽죠.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아니라 해도 우린 자연에 빚진 채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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