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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꽃길을 걸으면

by 훈 작가 2025. 4. 7.

참을 수 없는 봄의 유혹이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4월의 봄을 느끼려면 봄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간단합니다. 흐드러지게 만발한 벚꽃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먼발치서 꽃길을 보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차지 않습니다.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땅을 밟고, 봄바람과 격하게 포옹하고 봄의 향기에 흠뻑 취해야 힐-링이 됩니다.
 
이맘때면 누구나 꽃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흔히 인사말로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건네는 말의 의미가 무색해집니다. 봄은 이렇듯 누구에게나 축복해 주는 계절이니까요. 아름다운 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걷노라면 나도 모르게 사는 게 정말 행복한 걸 느낍니다. 자연은 이렇듯 누구에게나 포근한 행복을 누리게 해 줍니다.
 
그런데 인생이란 길에서 꽃길을 걸으려면 불편함도 감수해야 합니다. 때론 비포장 길을 걸어야 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 길을 걷다 보면 돌부리에 걸리기도 하고, 봄바람에 휘날리는 먼지가 앞을 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꽃길을 걸을 때는 그런 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삶과 행복을 되돌아보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꽃길은 걸어야 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숏폼을 보듯 금방 지나치게 됩니다. 봄의 향기가 가슴에 스며들기도 전에 도망가 버립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꽃길만큼은 차에서 내려 걷는 게 좋습니다. 유난히 빠른 걸 좋아하는 한국인, 그렇지 않아도 우릴 닮은 것 같은 봄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갈수록 점점 더.
 
바쁨이란 단어가 여유를 구속하면 꽃길을 걷는 행복이 그만큼 작아집니다. 꽃길을 걸을 때만이라도 우린 바쁨을 잠시 잊어야 합니다. 또 꽃길이 포장도로가 아니더라도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우리가 바쁜 것보다 꽃은 더 바쁜 삶을 살다 갑니다. 꽃길을 걷다 보면 보입니다. 행복이 뭔지, 삶이 뭔지, 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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