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은 여행이다/동남아

천국의 계단

by 훈 작가 2025. 5. 23.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한 표현이다.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최인호의 소설 ‘천국의 계단’에서 힌트를 얻어 이름을 붙인 것인지, SBS 드라마 제목을 갖다 붙인 것인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이유야 어쨌든 ‘천국의 계단’이라는 표현에 뭔가 끌리는 게 있다. 여행자를 사로잡을 만한 게 있으니 그런 수식어가 따라붙는 거다.

19시 40분, 달랏 시내에서 약 6km 정도 떨어진 언덕에 자리 잡은 분위기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입구에 ‘THUNG LUNG DEN’ 글자가 보였다. 바탕엔 조화로 보이는 장미꽃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 있게 만들어진 실내 정원이 반긴다. 이를 지나자 아름다운 달랏의 독특한 야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몇몇 테이블에 한국인들이 보였다. 언덕 아래 무대에선 색소폰으로 한국 노래를 연주하고 있었고, 그 뒤로 달랏의 특유한 농촌 야경이 펼쳐졌다. 바로 불이 환하게 밝혀진 비닐하우스 야경이다. 지평선 멀리 밤안개가 구름처럼 깔려 있어 더 운치 있는 달랏의 밤을 연출한다. 도심의 화려한 야경과는 색다른 야경이다.

눈앞에 펼쳐진 야경에 마음을 빼앗긴 우리는 잠시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리에 앉았다. 당초에 커피를 마시기로 했는데 가이드의 권유로 커피 대신 코코넛이 들어간 아보카도 셰이크를 주문했다. 음료가 나오는 동안 현지 가이드가 포토 존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카페 오른쪽에 하늘로 뻗은 계단과 2개 의자가 있는 곳이다.

현지 가이드는 먼저 의자에 앉으라며 한 팀씩 차례로 사진을 찍어 주었고, 이어 계단으로 이동해 사진을 찍었다. 딱 봐도 사진이 그럴듯하게 나오는 포토 존이다. 밤이라서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 연출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일행은 스마트 폰에 담긴 사진을 보며 하나 같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사진을 찍은 다음 테이블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야경에 심취해 있을 때 아보카도 셰이크가 나왔다. 달콤한 음료와 낭만적인 분위기가 아주 잘 어울리는 밤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레이저 빛이 하늘로 뻗어 올라간다. 아래쪽에서는 색소폰 연주가 끝나고 한국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보였다.

낭만적인 밤이 따로 없다.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다. 아니 어쩌면 이번 여행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분위기도 그렇고, 야경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여유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밤이다. 대부분 시간에 쫓겨 눈도장만 찍고 가는 패키지여행이 많지만 달랏은 다르다.

카페 한쪽에 설치된 ‘천국의 계단’은 간단한 조형물이었다. 그 조형물 하나가 명소가 된 카페다. 정작 ‘Thung Lung Den’ 카페 이름은 알지 못하는 데 천국의 계단 하면 어딘지 안다. 베트남어로 ‘Thung Lung Den’은 ‘빛의 계곡’이란 뜻이란다. 나는 천국의 계단이란 이름보다 ‘빛의 계곡’이란 이름이 더 마음에 든다.

‘Thung Lung Den’은 평범한 카페요 식당이다. 다만 한국인 여행객의 취향에 맞는 포토 존이 있는 곳이다. 듣기로는 한국에도 ‘천국의 계단’이라는 카페가 많다. 아마도 어떤 곳은 이곳을 벤치마킹한 곳도 있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천국의 계단이란 이름이 아니라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아닐까 싶다.

'인생은 여행이다 > 동남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틱광득 스님  (24) 2025.05.28
콩 카페  (21) 2025.05.26
달랏역  (26) 2025.05.22
쉐라톤 나트랑 호텔  (30) 2025.05.21
나트랑 해변의 일출  (30) 2025.05.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