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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동남아

달랏역

by 훈 작가 2025. 5. 22.

달랏역은 1938년 프랑스 건축가 몽셋과 레브롱에 의해 건축된 기차역이다. 베트남 달랏에 여행 가면 일정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건물은 콜로니얼 양식이 가미된 아르데코 스타일로 베트남 제일의 휴양도시로 성장하게 해준 1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원래는 호치민까지 이어지는 노선이었는데 전쟁으로 중단된 후 한동안 방치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객차 2량만 복원해 8km 떨어진 차이맛 역까지 하루 5번 운행하지만 이마저도 10명 미만일 때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을 국가 문화유산 보호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햔다.

달랏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들리는 곳으로 고풍스러운 옛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어 아직도 인기가 많은 명소다. 한적한 철로 위의 증기기관차는 시간 여행을 떠나는 소품으로도 여행객들에겐 충분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역 건물 앞은 물론 안에서도 여기저기 인증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유독 내 눈을 사로잡은 조형물이 보였다. 수도꼭지 분수다. 마치 공중 부양을 한 듯한 분수로 꼭지 아래로 계속 물이 떨어지고 있어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궁금함에 못 이겨 그쪽으로 가 보았다. 재치가 번뜩이는 조형물이었다. 멀리서 보면 누구나 착각할 수밖에 없는 분수였다.

보름달 사진을 찍을 때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지평선에서 달이 떠오를 땐 달이 크게 보인다. 그러다 점점 하늘로 오르면 작게 보인다. 분명 똑같은 달인데 그렇게 보인다. 그렇게 안 보이면 비정상이다. 보름달을 앞 지평선 방향에 있는 것을 볼 때와 머리 위로 수직 방향으로 볼 때 뇌에서 다르게 인지하는 현상이다.
 
관찰자의 몸에 대한 방향 관계에서 생기는 것으로서, 신체의 앞 방향에 있는 것은 올려다보는 방향에 있는 것보다 크게 보이는 현상 때문이다. 바로 착시 현상으로 착각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착각은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잘못 느끼거나 지각하는 걸 말한다. 착시나 착각이나 비슷한 개념이다.

분수는 바로 이런 인간의 맹점을 이용한 조형물이 아닌가 싶었다. 언 듯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분수 조형물이었다. 공중에 떠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으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다가가 자세히 보면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게 된다. 착시 현상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감동도 있지만, 사소한 것에도 있음을 느낀다. 달랏역은 여행 후기를 보며 그저 그랬는데, 의외로 수도꼭지 분수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훅하게 만드는 감동은 없지만 호기심을 발동케 한 수도꼭지 분수대를 카메라에 담으며 이 장면을 꼭 기행문에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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