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놀이터나 골목에서 아이들이 찾아보기 힘듭니다. 부모들의 교육열과 사교육의 과열 경쟁 분위기 때문에 또래들끼리 놀이터나 골목에서 놀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학원가로 뺑뺑이 돕니다. 그렇게 몇 군데를 돌다 보면 저녁때가 됩니다. 아이들은 지친 모습으로 아파트 현관문을 들어서게 됩니다.
K-팝이나 가요를 많이 접하는 시대입니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동요에는 별로 관심도 없습니다. 가끔 보는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에도 어린아이들이 출연자로 나오는 걸 봅니다. 부르는 노래도 하나같이 가요입니다. 동요가 아이들의 정서와 멀기 때문일 겁니다. 한 마디로 시시한 거죠. 재미도 없고. 시대 흐름의 반영인 듯합니다.

<꽃밭에서>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어릴 적 많이 불렀습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 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
75년 전 오늘, 6·25 전쟁이 일어났던 날입니다. 휴전 직후, 돌아오지 않는 아빠들이 많았습니다. 전사했거나 행방불명되어 돌아올 수 없었던 겁니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렸죠,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채송화도 심고, 봉숭아도 심으며 예쁜 꽃밭을 가꾸며 같이 살자고 약속했던 자상한 아빠였을 겁니다.
동요 <꽃밭에서>는 1953년 발표되었는데 집 앞마당 꽃밭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입니다. 함께 꽃밭을 만든 아빠와 딸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 눈시울이 저절로 뜨거워집니다. 당시 그런 아픔을 겪은 집이 한두 집이 아니었습니다. 오늘이 비극의 씨앗을 뿌렸던 바로 그날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6·25를 기억하지 않고 모르는 체하며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이란도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평화를 착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니 어쩌면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휴전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6월의 꽃밭은 아름답습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 꽃밭을 거닐고 있는 아이들, 귀엽기도 한데 녀석들이 흥얼거리는 노래는 그냥 가요였습니다. 동요가 사라지고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게 모두 어른들 탓입니다. 누군가 동요 <꽃밭에서>의 슬픈 이야기를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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