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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미워도 다시 한번

by 훈 작가 2025. 7. 21.


덥다
, 덥다, 너무 덥다. 만나는 사람마다 더워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너무 더운 나머지 겨울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 만하다. 더워서 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의 날씨니까.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니 사실, 할 말이 없다. 게다가 해가 져도 열대야로 밤잠까지 설치는 날이 연일 이어지다 보니 수긍이 간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밉다. 이럴 땐 시원하게 지나가는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싶다. 하늘을 원망한들 아무 소용없는 날씨는 누굴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비가 올 거라는 보도가 뉴스 시간에 전해졌다. 그러더니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고 밤사이 곳곳에 물 폭탄이 떨어져 아수라장이 되었다.

 

뉴스특보시간에 속보로 전해진 화면을 통해 본 수해 피해 현장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길이 끊어지고 둑이 무너져 논밭이 물바다가 되었다. 축산 농가에서 키우는 소들이 물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농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킨다.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날벼락 맞을 신세가 된 거다.

 

아뿔싸! 이런, 하늘이 우리가 투덜대는 소릴 들었나.

 

덥다. 덥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니까. '어디 맛 좀 봐라.' 하고 비를 양동이로 붓듯이 마구 뿌렸나. 무슨 억하심정으로.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덥다는 소리도 하지 말란 말인가. ‘감히 너희들이 날 미워해하는 감정 뒤섞인 뒤끝이 터지고만 것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속 좁은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변덕스러운 인간의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하늘로서는 어쩌면 '누굴 원망해.' 할지도 모른다. '너희들이 하도 덥다. 덥다. 덥다고 해서 비를 뿌려 주니까 이번엔 하늘이 무심하다고 날 탓해.' 하는 것 같아 하늘마저 보기 싫다. 사실 인간은 그럴 만한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 만약 원망한다면 그건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해가 보고 싶다. 미워도 말이다. 해가 떠야만 물 폭탄이 떨어진 수해 현장을 복구할 수 있다. 물이 가득 찬 농경지도 빨리 물이 빠져야 하고, 무너진 길이나 제방도 다시 연결하고 쌓을 것 아닌가. 이래저래 하늘 탓만 하면 뭐 하랴. 그게 어디 하늘 탓해서 해결될 문제인가. 설령 하늘이 미워하고 원망해서도 안 된다. 지구를 열받게 한 게 누군데, 무슨 염치로.

 

미워도 다시 한번, 우리는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 미워도 우린 아침 해를 만나야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말이라 할지라도 하늘을 원망하지 말자. 떠오르는 아침해를 미워하지 말자. 우린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막연하게 하늘을 원망해 왔던 게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늘에게 무심했고 만만하게 본 탓이 아닌가 싶다.

 

이 길게 언급하지 않아도 불 폭탄이 왜 떨어지고, 물 폭탄이 왜 쏟아졌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간명하고 명확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지구를 사랑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하늘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았다. 인간이 해왔다. 우리가 등을 돌리지 않으면 된다. 늦었다 하지 말고 다시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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