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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7

그리움 가만히 눈감고 가을을 안아 보시기 바랍니다. 살포시 떠오르는 그리움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추억이 무엇인지 더듬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움은 추억의 앨범 속에 묻어둔 시간의 흔적이자 아물지 않은 아쉬움의 상처입니다. 어쩔 수 없이 미련을 버리고 돌아서야 했던 후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 그 속에 머물러 있는 아련한 흑백사진 같은 내 모습이거나 아득한 고향 풍경이 그리움의 실체이고, 때론 헤어지기 싫은 이별의 아픔이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그림자가 그리움으로 홀연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가슴에 사무치거나 눈에 어른거리는 그리움이라면 당신의 어머니일 가능성이 큽니다. 처음 경험한 그리움은 아주 어릴 적이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시골에서 도회.. 2023. 12. 6.
바람을 담다 보이지 않습니다. 잡을 수 없고, 잡히지도 않습니다. 항상 공중에 떠돌아다닙니다. 땅에 내려오는 일도 없습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름은 있으니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체도 없고, 그가 어디서 사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나그네처럼 유랑생활을 합니다. 그의 이름은 바람입니다. 가을에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외로움, 쓸쓸함, 고독, 나그네, 방황 같은 단어가 생각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을이면 나도 모르게 앞에 언급한 단어가 품고 있는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이들 단어의 공통적인 뉘앙스는 ‘우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 ‘가을 탄다’라는 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같은 바람이라도 가을에 만나는 바람은 감성을 파고듭니다. 거.. 2023. 12. 5.
따뜻한 슬픔 슬픔을 만져봅니다. 따뜻합니다. 차갑게 느껴질 줄 알았습니다.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아 그런가 봅니다. 아마 품속에 남아있는 그리움이 사그라들면 차가울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눈물이 이슬이 되어 아픔을 돋게 할 겁니다. 그때 서야 만져본 슬픔이 제대로 느껴져 마음에 통증이 전달될 겁니다. 슬픔이란 감정은 따뜻한 온기가 있습니다. 슬픔은 뜨거운 심장에서 흐르는 눈물이기 때문입니다. 볼 수도 보이지도 않는 슬픔의 실체를 만지는 일은 감각이 아니라 감정으로 전달됩니다. 감정은 마음의 감각입니다. 그러니 감정으로만 만질 수 있고 느낍니다. 그러나 감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얼어붙은 마음으론 슬픔이 만져지지 않습니다. 사는 동안 숱한 기억에 숨어있는 감정의 퍼즐이 마음의 호수에 흩어져 떠다닙니다. 흩어진 조각 속.. 2023. 11. 19.
걷다 보면 싫든 좋든 눈에 보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대부분 그냥 지나칩니다.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 만한 대상이 아니면…. 그게 우리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집 밖을 나서 공원이나 거리를 걸을 땐 조금은 달라집니다. 주위에 관심을 끌지 않았던 사물이나 낯선 풍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서면 확 달라집니다. 사진의 주제가 될 만한 게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게 됩니다. 꼭 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그림이 되겠다 싶으면 카메라를 챙겨 나와 찍어 보곤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좋게 보면 열정이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 미친 짓입니다. 사진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면서 생긴 일종의 실험정신입니다. 일단 찍어 봅니다. 눈에 이끌린 풍경이나 .. 2023. 11. 15.
가을입니다(14) 2023. 11. 14.
작별 떠난다는 건 이별이 아닙니다. 헤어지는 건 이별이 아닙니다. 기약도 없이 떠나거나 인사도 없이 헤어지면 그것은 이별입니다. 또 만나자고 약속했으니 다시 만나자고 인사 했으니 우리는 작별입니다. 2023. 11. 14.
가을 2023.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