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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만나는 시간 기다림이 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느냐가 설렘을 좌우합니다. 연인을 기다린다면 가슴이 뛸 겁니다. 하지만, 봄을 기다리는 설렘은 가슴을 뛰게 하지 않습니다. 딱히, 언제라고 정해진 정확한 시간도 없습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자고 약속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의 시간은 늘 그렇듯 무덤덤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오기 때문입니다. 나도 익숙한지라 그러려니 하며 기다립니다. 만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기다립니다. 봄을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본래 기다림이란 말엔 즐거움이 있어야 이어지는 만남이 반갑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봄이 왔는지, 어느 날 보니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봄의 전령사라 부르는 꽃들이 하나둘 피기 시작하면서 우린 기다렸던 시간을 잊습니다. .. 2024. 4. 12.
열애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예찬의 첫 문장입니다. 그럼, 연애(戀愛)나 사랑은 어떨까요. 두 단어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두 단어가 내 가슴을 설레게 한 기억이 없습니다. 이를 밀당에 비유하면 끊어지는 스타일입니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성격 탓일 겁니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도 여자의 속마음이나 내숭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극장에 가도 영화를 보면서 손을 잡아야 할지 말지 몰라 버벅거리다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일방적으로 직진한 일도 많았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그때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여자인데, 에둘러 쓰디쓴 소주를 기울이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연정(戀情)은 짝사랑.. 2024. 3. 14.
고드름이 되어 보다. 끝없을 것 같았던 유랑생활을 접었습니다. 지나가던 바람이 힘겨워 한숨 쉬던 내 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지난봄부터 가을까지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바람이었습니다. 나는 바람이 몰고 다녔던 하늘 목장에 한 마리 양에 불과했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목동 행세를 하며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랬던 바람이 겨울이 오면서 마음이 변했나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마법을 부려 나를 하얀 별 요정으로 변신시켜 땅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내 모습은 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날 눈이라 불렀습니다. 난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바람과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때론 캄캄한 밤에, 때론 회색빛 짙은 낮에 여행을 즐겼습니다. 일단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를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만들어 준 바람이 고마웠습니다. 땅으로 내려오던 날 .. 2024.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