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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열애

by 훈 작가 2024. 3. 14.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예찬의 첫 문장입니다. 그럼, 연애(戀愛)나 사랑은 어떨까요. 두 단어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두 단어가 내 가슴을 설레게 한 기억이 없습니다. 이를 밀당에 비유하면 끊어지는 스타일입니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성격 탓일 겁니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도 여자의 속마음이나 내숭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극장에 가도 영화를 보면서 손을 잡아야 할지 말지 몰라 버벅거리다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일방적으로 직진한 일도 많았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그때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여자인데, 에둘러 쓰디쓴 소주를 기울이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연정(戀情)은 짝사랑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대와 애틋하게 교감을 나누는 애정(愛情) 단계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젊은 남녀가 열애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출사지에 도착해 사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평일이라 사람도 없어 한결 여유로웠습니다. 우연이었습니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벚꽃 나뭇길 아래에서 추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은근히 부러웠습니다. ‘그래, 좋을 때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들 옆을 지나가며 곁눈질로 힐끗 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질투 아닌 질투가 났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조금 가다 뒤를 돌아봤습니다. 두 사람이 화사한 벚나무와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순간 ‘이건 그림이야.’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놓치기 아까운 장면 같았습니다. 기회를 놓칠세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두 사람이 마치 사진을 찍으라고 연출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찌 보면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들키지 않으려고 안 그런척 하며 눈치껏 사진을 담았습니다.

주인공들에게 한편으로 미안했고, 또 한편으론 고마웠습니다. 컴퓨터에 사진을 띄워놓고 볼 때마다 생각났습니다. 그 시절 난 왜 그랬을까. 정말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연애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그것도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 하나 보다 했습니다. 당시 내 팔자가 그런 걸 어떡해, 하고 애써 잊곤 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두 단어를 생각하면 후회막심한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 눈에 띄는 신문 기사를 봤습니다.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관련된 열애 보도입니다. SNS에 카리나가 신중하지 못했다며 사과한다는 글을 올렸나 봅니다. 영국의 BBC까지 ‘카리나, 열애 공개 후 사과’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는 소식입니다. 분노한 팬들이 ‘배신’이라고 비난하자 사죄했다고 합니다. CNN도 가세해 K팝 스타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활하며 공개적으로 데이트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까지 했습니다.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사랑하는 게 무슨 죄가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과까지 했다고 하니까 더욱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난 요즘 아이돌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연예인도 사람인데 그깟 연애한 게 뭐 그리 잘못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연애 그거 너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요. 참 살다 보니 정말 이상한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졸지에 카리나가 누군지 검색해 보게 되었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슴 설레는 봄이 왔습니다. 청춘, 연애, 사랑, 모두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단어입니다. 봄과 너무 잘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뜨겁게 봄도 사랑하고, 봄날처럼 연애도 사랑도 눈치 보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처럼 말이죠. 어차피 인생은 누구나 후회하는 날이 오기 마련입니다. 그날이 오기 전에 이 아름다운 봄날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에스파처럼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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