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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세월 속의 행복

by 훈 작가 2024. 1. 21.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작 얼마나 빠른지 아무도 모릅니다. 흔히 세월의 빠르기는 나이에 비례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빠르게 느껴진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 생각은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군대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인정할 겁니다. 왜 그렇게 국방부 시계는 빨리 안 가는지. 

세월은 시간입니다. 시간은 크게 현재, 과거, 미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럼, 세월이 빠르다는 이야기는 어디에 속할까요. 미래는 오지 않은 시간이기에 빠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럼, 현재 아니면, 과거입니다. 그런데 과거는 이미 지난 세월 속에 묻힌 시간이기에 빠르다는 표현을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결론은 현재입니다. 

세월(歲月)은 해 歲(세), 달 월(月), 해와 달의 시간입니다. 세월이 빠르다는 이야기는 현재라는 개념으로만 볼 때. 지금, 이 순간에만 해당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세월이 빠르다’라고 하는 표현의 의미는 이와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을 말하고자 하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빠르다’라는 이야기는 지닌 시간의 궤적을 돌아보며 무언가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의 표현일 겁니다. 어느 날 문득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하는 감상에 젖어 나온 말일 것이라는 뜻입니다. 먹고 사느라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해 놓은 건 없고, 나이만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 무덤덤하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때 세월이 만든 기억을 무심코 더듬어 보게 됩니다. 행복한 세월을 보냈을까? 하며 세월이 만든 과거를 되새겨 보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순간 떠오르는 기억이 생각납니다. ‘맞아, 그때가 좋았었지’하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한 번쯤 느껴봤을 행복입니다. 

이럴 때 행복은 과거의 기억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행복은 현재의 시간이 아닌 과거의 기억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종의 추억 소환을 통해 만나는 행복입니다. 세월을 이야기할 때 행복은 언제나 과거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경험이나 상태가 아닌 완료형 행복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유감스럽지만, 세월을 이야기하면 행복은 과거의 기억에만 머무릅니다. 하지만 그보다 현재 시점의 행복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행복이 나중에 추억 소환으로 이어져 다시 만날 수 있는 행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기억의 행복이 아니라, 진행형의 행복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말이 어렵습니다. 마치 뜬구름 잡는 것 같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본래 행복이란 단어가 추상적이니 객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다만, 관점을 과거에서 현재로 바꾸어 현재 상태에서 느끼고 경험하려고 노력해 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행복에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멋진 겨울 하늘을 봅니다. 그러나 관심 없으면 그저 그런 하늘입니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하늘입니다. 별거 아닌데 기분이 좋습니다. 순간 이 또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간 날씨 때문에 못했던 빨래를 생각하면 주부들도 빨래하기 좋은 날이라 기분좋은 날일겁니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몇 장 담았습니다. 지금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어서입니다. 현재는 항상 쏜살같이 달아나니까요.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이 순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천천히 가기를 바랍니다. 인생이 너무 짧고 아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시간은 빨리 지나 갑니다. 해외여행을 다녀 보면 마지막 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사진도 비슷합니다. 지금, 이 순간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 바로 찍어야 합니다. 오늘 같은 날이 언제 다시 올 줄 모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꺼냈습니다. 지나간 후에 아! 그때 찍을 둘 걸, 하면 늦은 겁니다. 찍고 보니 마치 구름 속에 조각달이 보입니다. 세월이 해와 달의 시간임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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