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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눈놀이

by 훈 작가 2023. 12. 23.

놀이터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일 겁니다. 연일 영하권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듯싶습니다. 며칠 전까지는 화창한 봄날 같았는데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쳐 더 춥게 느껴집니다. 겨울은 본래 추울 수밖에 없는 계절인데 지구온난화로 변덕스러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추운 겨울, 딱히 아이들은 놀 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나마 근처에 키즈카페가 있으면 다행인데, 없으면 집안이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아이들이 방학하면 엄마들은 더 신경이 쓰일 겁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학원만 빙빙 돌릴 수도 없습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모처럼 눈이 내립니다. 눈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하얀 눈은 곧 동심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눈처럼 순수합니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누구나 비슷했을 겁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집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챕니다. 같이 밖에 나가 놀자고. 이에 엄마 아빠는 아이들의 손을 뿌리칠 수 없습니다.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은 행복합니다. 우두커니 서 있으면 부릅니다. "엄마! 뭐 해 이리 와 같이 놀아." 어쩔 수 없이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납니다. 같이 눈을 뭉쳐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때론 눈썰매를 밀어주거나 앞에서 끌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놀다 보면 어른들도 행복의 나라로 빠져듭니다.


요즘 아이들은 안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고요.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는 곳이 학원입니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닙니다. 서너 곳을 돌아야 집에 오는 아이들도 많습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소외계층의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울려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가 썰렁한 이유가 추워서만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겐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야 합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공부로만 내몰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내 아이만은 뒤처지게 키우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생각이 문제입니다. 그 바탕엔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부족한 인식도 한몫합니다. 놀이가 꼭 필요한 배움의 과정인데 이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놀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깨닫습니다. 학원에서 가르치지도. 배울 수도 없는 것을 어울려 놀면서 배웁니다. 자연스러운 사회화 과정입니다. 어찌 보면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엄마 아빠랑 같이 노는 것보다 또레끼리 어울려 놀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세계적인 갑부인 빌 게이츠도 아버지한테 "밖에 나가 놀아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합니다. 의외의 말 일 겁니다. '공부하라'가 아니라 '놀아라'였다는 말이. 방에만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아들이 사회성이 부족한 아들이 될까, 걱정되어 그랬던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새로운 것도 도전해 보라는 뜻에서 충고했다고 합니다


추운 줄도 모르고 눈놀이하는 동심의 세계가 정겨워 보입니다. 하얀 눈과 동심의 세계는 아무리 봐도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옆에 예쁜 강아지 한 마리까지 있으면 더 멋진 풍경일 것 같습니다. 흰 눈은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상징입니다. 동심의 세계도 순수 그 자체입니다. 눈놀이는 그 순수함을 몸으로 배우는 겁니다.

누구나 세상에 데뷔할 때는 하얀 눈처럼 천사의 모습입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 모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순수함이 무너진 삶을 살면서도 눈이 오는 날이면 옛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오늘처럼 부모님과 함께 눈놀이할 때였을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눈오는 날을 잊지 않을 겁니다. 오늘 이 시간이 이다음에 아름다운 추억이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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