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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빨간색이 정겨운 달

by 훈 작가 2023. 12. 18.

빨간색이 정겨워 보이는 달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빨간색 모자를 쓴 빨간색 복장의 산타할아버지가 떠 오릅니다. 거기에 하얀 수염의 다정다감한 인상이 친근감을 줍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렸던 추억이 있을 겁니다. 산타할아버지는 겨울밤에 굴뚝을 타고 집에 들어와 머리맡에 선물을 주고 가곤 했다. 

산타할아버지와 함께 정겨운 것은 귀여운 루돌프 사슴입니다. 도심의 번화가를 지나갈 때 빼놓지 않고 들리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루돌프 사슴코였습니다. 녀석의 상징은 앙증스러운 빨간 코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른 추억이 있을 겁니다. 만약에 없다면,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12월은 송년 모임이 많은 달입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가지 않으면 안 될 자리가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이런저런 인연으로 맺은 모임이 적어도 하나둘 이상은 있을 겁니다. 예전에 비해 줄어들긴 했어도 술자리가 많은 것은 분명할 겁니다. 추운 날씨에 한잔 두 잔 걸치다 보면 얼굴도 빨개지고 어느새 코는 루돌프 사슴코를 닮아갑니다.

눈이 쌓이면 빨간색과 조화를 이루어 정겨워보이는 풍경이 산수유 열매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시선이고, 사진의 관점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사진을 찍고 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이 없는 겨울엔 정겹게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눈이 많이 내렸던 어느 해 겨울, 우연히 카메라에 담아본 산수유 열매가 정겹게 보였던 겁니다.

사진을 보고 루돌프 사슴코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루돌프 사슴코를 떠올리면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빨간 코 때문에 놀림을 당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외모에 민감한 세상이다 보니 때로는 루돌프 사슴코가 콤플렉스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루돌프 사슴도 산타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따돌림당해 우울한 12월을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산타할아버지는 빨갛다고 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썰매를 끌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 사슴의 코가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으로 보이는 까닭은 이면에 이런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더 정겹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콤플렉스가 될 수 있는 빨간 코(외모)를 반전의 상황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있습니다.

산수유 열매는 사실 보잘것없습니다. 눈 모자를 쓰고 있으니 산타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달리 보니 루돌프 사슴코처럼 보인 이유는 개인적인 관점입니다. 사진의 미학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서 그럴 겁니다. 그것도 눈이 오지 않았다면 정겹게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하얀 눈과 빨간색 산수유 열매가 예쁘게 어울려 보일 것 같아서 찍어본 것뿐입니다.

삶은 정겨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콤플렉스는 열등감입니다. 남과 비교하는 데에서 옵니다. 자신의 시선을 지나치게 밖으로 돌린 탓입니다. 그걸 너무 의식한 나머지 스스로 만든 강박증일 겁니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시선을 따뜻하게 만들어 자존감을 높이는 겁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 없기 때문입니다. 

빨간색은 정겹게 보면 훈훈한 사랑이지만, 달리 보면 위험한 상황을 뜻 합니다. 마치 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멈추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겨울은 추운 계절입니다. 몸도 마음도 춥고 움츠리기 쉬운 때입니다. 어느 때 보다 사랑의 온기가 필요한 계절입니다. 빨간색이 정을 가득 품은 사랑의 색으로 모두 느낄 수 있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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