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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뒤돌아보면

by 훈 작가 2023. 12. 1.

산에 오르다 보면 뒤돌아볼 겨를이 없습니다. 중간에 잠시 쉴 때도 얼마나 더 올라가야 정상인지 생각합니다. 산행에 나서면 당연히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니 오로지 그것만 생각합니다. 사는 것도 비슷합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삽니다. 행복이란 삶의 정상에 올라야 하니까요. 하나 같이 앞만 보고 달리는 육상선수처럼 우리는 오늘도 어제처럼 달리고, 내일도 열심히 달리며 살아 갈 겁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산에 오를 때가 있습니다. 오르막 산 길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찹니다. 마음은 급합니다. 아침 해가 중천에 오르면 안개구름이 다 사라질 게 뻔하니까, 조급한 겁니다. 아침 8시가 훨씬 지났으니 멋진 사진을 찍기는 틀린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고 가보는 중입니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멈추었습니다. 헉헉거리던 숨을 돌리며 올라온 길을 뒤돌아봅니다. 그 순간 펼쳐진 산 아래 풍경이 눈에 들어 옵니다. 산골짜기마다 깔렸던 아침 안개가 다 날아가고 흔적만 옅게 남았습니다.
 
인생도 어느 날, 뒤돌아보면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는데 이루어 놓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허전해지면서 지난날을 뒤돌아 본 게 됩니다. 문득 사는 게 무얼까.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허무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진을 찍으러 나설 때도 종종 그럴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 그리던 풍경을 생각하며 출사지에 왔는데 없습니다. 어쩝니까. 그러려니 하면서도 허탈한 마음을 달래기 힘듭니다. 사진도 내 마음같지 않은 상황이 많습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네 삶도 앞만 보고 가다 보면 늦었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때 뒤돌아서서 지난 삶의 궤적을 보시기 바랍니다. 뭔가를 좇다 보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위 사진도 그런 경우입니다. 계속 앞만 보고 갔더라면 놓칠뻔했던 풍경입니다. 뒤돌아보면 분명 그 순간에 보이고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 만나는 풍경만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결과로 얻는 행복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 찾는 행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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