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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나와 너

by 훈 작가 2023. 10. 30.

너는 나를 모를 겁니다. 나도 너를 모릅니다. 우리는 그런 사이입니다. 아무런 관계도 아닌데, 나는 너를 만나러 다닙니다. 사진은 늘 모르는 너를 만나러 떠나는 시간입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너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사랑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것은 운명입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너는 나에게 기쁨을 주고, 즐거움을 주니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고요하다는 표현이 맞는지, 적막하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벽 출사 현장에 나만 홀로 있을 때, 홀연, 느끼는 감정, 이럴 때 나는 있고, 너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착각입니다. 사진은 항상 너를 만나는 시간이고, 너와 함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너를 깜박 무시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너와 단둘이만 있어, 행복해야만 한데 말입니다. 어찌 됐든 행복한 시간을 너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알아주고, 나만을 사랑해 주는 너를 원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너는 없습니다. 사진은 늘 너를 사랑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만큼 아름답게 너를 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예외인 것 같습니다. 너와 내가 마음을 함께 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만큼 다가가지 않으면 너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 그랬나 봅니다. 앞으로 항상 '너'를 그렇게 대하겠습니다.


세상은 나와 너, 너와 나. 그렇게 서로를 구분 지어 살려합니다. 어찌 보면 나와 너, 너와 나는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가 되어 살려고 노력합니다. '나'라는 글자의 자음인 'ㅏ'를 반대로 돌리면 '너'가 됩니다. '나'나 '너'나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하나가 되는 게 쉽지 않은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사진처럼 나와 너를 넘어 함께 다가가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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