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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연출사진

by 훈 작가 2023. 11. 12.

재미있는 영화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보면 재미없습니다. 소설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스포츠 경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녹화방송을 하지 않습니다. 현장 중계를 통해 실시간 TV 전파를 안방에 전달합니다. 결과를 알고 나면 궁금하지 않아 보기 싫은겁니다. 

사진은 이와 다릅니다. 보는 순간 바로 느낌으로 받아들입니다. 아! 멋진데, 이런 느낌이 들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미(美)를 관장하는 뇌 영역에서 바로 결론을 내립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이미지 속에 다 있으니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 겁니다. 너무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알고 볼 게 없는 장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열정이 담긴 작품을 보면 하나 같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멋진 작품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멋진 작품을 찍기까지 사진에 관한 이론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실전을 통해 얻은 비법이 있기에 멋진 사진을 찍는 게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꼭 그런 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사진도 있습니다. 연출사진이 이에 해당합니다. 멋진 풍경 속에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작품 사진 중 예외적으로 연출사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에 주인공이 인위적인 연출이라는 사실을.

선운사 도솔천은 출사 명소입니다.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일출 전에 도착했습니다. 평일인데 자리 좋은 곳은 사진동호회 회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빛 내림 사진을 찍기에 좋은 위치였습니다.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큰 소리로 외칩니다. 연이어 셔터 소리가 줄지어 터지면서 숲으로 날아갑니다.
 
어렵사리 한쪽에 자리 잡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단풍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졸지에 연출사진을 찍게 된 겁니다. 운이 좋았던 아침입니다.  사진 속에 사람이 있는 거와 없는 거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사진은 풍경 속에 사람이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연출사진의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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