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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갈대와 억새

by 훈 작가 2023. 10. 16.


셰익스피어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라고 했고,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갈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 입에 오를 정도로 친숙하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반면 억새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억새는 갈대만큼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가 아니었나 봅니다.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로 시작하는 대중가요 있습니다. 여기서 으악새는 억새의 방언이라고 합니다. 관심이 없었던 탓인지, 노랫말의 으악새를 갈대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도 혼동했던 일이 있었나 봅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억새를 갈대로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갈대와 억새가 같이 있는 풍경은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억새를 찍으러 갔다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진의 앞쪽 2/3는 갈대, 뒤쪽 1/3은 억새입니다. 억새는 햇빛을 역광으로 받아 하얀색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갈대는 누렇게 보입니다. 눈으로 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혼동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언어적 뉘앙스로 보면 갈대가 가을 정취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이미지로 보면 억새가 훨씬 더 가을 정취와 훨씬 잘 어울려 보이는 조합으로 보입니다. 가을 정취가 무르익어 가는 10월입니다.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입니다. 가을을 즐기기엔 이 계절이 너무 짧습니다. 그럼에도 가을이 우리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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