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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인증사진

by 훈 작가 2023. 10. 3.

행복이 따로 없습니다. 이름난 사진 명소에 와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저마다 스마트 폰을 들고 나를 찍고, 같이 온 사람도 찍어 줍니다. 찍는 사람도 즐겁고, 찍어 주는 즐겁습니다. 작지만 이러한 게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옛날과 달리 스마트 폰이 우리 일상생활 속  깊이 들어와 이처럼 작은 행복을 만들어 줍니다.

사진은 아름다운 풍경을 찍기도 하고, 그 풍경 속에 사람을 찍기도 합니다. 풍경 속의 사람이 나일 수도 있고, 함께 온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멋진 풍경 속에 들어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밝습니다. 울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름다워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활짝 피게 됩니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즐거움이 한 순간이고 찰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뒤돌아서는 순간 잊거나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그걸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추억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었는데 오래가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기억 속에 꽁꽁 묶어 두지만 이내 흐릿해집니다. 한참 뒤 되살려 보려 애써 봐도 완벽하게 부활시키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행복한 순간을 오래 간직하기 힘들었던 겁니다. 인증사진 열풍은 그런 행복을 언제 어느 때든 가능하게 해 주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더더욱 머리 아프게 공부할 일도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행복입니다. 과거엔 특별한 날에만 누렸던 사진이 이젠 누구나 만들고 누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메밀꽃을 찍으러 왔습니다. 소설 속의 봉평 들녘처럼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마치 팝콘 기계에서 막 튀겨 뿌려 놓은 듯 하얗습니다. 꽃밭에서 인증사진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행복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만한 초가을의 정취가 어디 있겠습니까. 가을이 떠나기 전에 행복한 인증사진 많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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