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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내 마음의 데칼코마니

by 훈 작가 2023. 7. 18.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종이 위에 그림물감을 짜서 바르고 그것을 반으로 접었다 떼어내서 대칭구도가 되는 만들어 본 추억이 있을 겁니다. 신기하게도 색다른 채색상태가 생겨 다양하고 환상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미술에서 초현실주의 기법이라고 하는 데칼코마니(decalcomanie)입니다. 이 용어는 20세기의 독특한 미술 기법으로 독일 태생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는 그림에 이 기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진에서도 데칼코마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사진이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게 물에 그림자가 반영된 사진입니다. 의외로 반영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만큼 멋진 사진이라고도 볼 수 있는 뜻입니다. 반영 사진의 명소는  어디든지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중 한 곳이 전라북도 부안군의 계화도입니다. 

옛날에는 섬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육지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계화교 다리를 건너 왼쪽을 보면 해변에 늘어선 소나무가 보입니다. 위 사진이 바로 바닷물에 반영된 소나무 모습입니다. 이곳에 가면 누구라도 프로 사진작가 못지않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 옛날 미술 시간에 데칼코마니를 배운 것처럼 대칭구도가 되도록 다만 일출 사진을 찍으려면 됩니다.

데칼코마니 사진은 물에 반영(反映)된 반영(反影) 사진입니다. 멋진 반영 사진은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잔잔한 날씨여야 합니다. 바람이 불면 수면이 일렁거려 물에 그림자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불면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때론 얄궂은 날씨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이 우울하죠.

사진은 있는 그대로 그대로를 반영합니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있는 것처럼 왜곡시키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은 포토샵으로 보정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완전히 왜곡시키지는 않죠, 상식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진실을 호도하지 않는 수준에서 리터칭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여성들 화장에 비유하면 가벼운 기초화장 정도로 보면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영 사진은 물에 비추어진 그림자를 그대로를 반영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면 있는 그대로 나타납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반영하면 아름답게, 추한 모습을 나타내면 추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입니다. 평정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을 잃으면 내 안에 바람이 좋지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지킬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겁니다.

마음의 평안함과 고요함은 곧 나를 나답게 하는 정체성이어야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면 정체성에 담긴 양심이 흔들립니다. 그것이 지킬박사를 하이드로 만듭니다. 사악한 행동은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내 안의 나는 지킬박사가 될 수 있고, 하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은 스쳐 지나갑니다. 잠시 흔들릴 수 있더라도 나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한 삶을 잃지 않습니다.  사진에서 배우는 작은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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