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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스님, 뭐 하세요.

by 훈 작가 2023. 12. 2.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습니다. 뒤에 오는 물이 빨리 가려고 앞에 가는 물과 싸우지 않습니다. 흐르는 대로 흘러갑니다. 순리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뒤에 오는 시간이 앞서가려 하지 않습니다. 모레가 내일보다 빨리 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여름보다 가을이 먼저 오는 법이 없습니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습니다. 가을 아침에 숲 속에 흐르는 물소리는 그 자체가 힐-링입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계절의 시계는 계곡 숲을 가을 색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형형색색의 잎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에 순응하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삶을 순리대로 살다가 스스로 내려놓을 줄 알기에 행복을 누리다 떠나는 겁니다. 


계곡에 흐르는 물도 때에 따라 삶의 여정을 가로막아 고통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순리대로 흐르는데 물길이 막혀있으면 흐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앞서가던 물이 이러지도 저러지 못하면 뒤에서 밀고 내려오는 물이 아우성칩니다. 앞에 막혀있는 사정도 모르고 난리 치는 겁니다. 앞에 있는 물은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속세의 중생들은 어떻습니까. 남보다 빨리, 남보다 앞서가려고 다툽니다. 그것이 행복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남보다 빨리 출세하고, 남보다 많이 차지하려고 늘 시끄러운 게, 사바세계의 삶입니다. 신문이나 TV 뉴스를 보면 하루도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누군가 상식과 원칙을 지키도록 질서를 잡아 주어야 시끄럽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것을 없애 주어야 합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만 좇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고통을 없애주는 겁니다. 왜냐하면 눈앞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고통은 현실이기에 바로 느낍니다. 하지만 행복은 고통과 달리 바로 느낄 수 없습니다. 

스님 한 분이 보입니다. 무엇을 하시려는지 막대기 하나를 들고 징검다리 쪽으로 건너다 멈춥니다. 궁금해서 입을 열었습니다. 

“스님, 뭐 하세요.”
“보면 몰라, 물꼬를 터 주려고 하는 거야.”
“그냥 내버려 둬도 흐를 텐데….”
“야, 이놈아! 물이 흘러야 하는데 막혀있어, 얼마나 고통스럽겠냐. 물꼬를 터 주어야 숨통이 트이지. 물도 고여 있으면 숨이 막혀 죽는 법이야. 사람만 죽는 줄 알아. 행복은 고통을 없애주는 것부터 시작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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