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걷는 것은 고통입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인생길, 지도 없는 그 길을 우린 날마다 걷고 또 걷습니다. 예고된 고통이 아니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으니 그 답답함이 고통입니다. 가는 길 내내 고통이라면 삶은 괴로운 여정일 겁니다.
한때, 그 고통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알 수 없는 분노와 절규였습니다. 난 분명 천사의 영혼으로 이 세상에 온 것 같은데, 살아 보니 악마의 본성도 생겼습니다. 회의감(懷疑感)이 물밀듯 영혼을 파고들어 아팠습니다.
그때마다 눈물 없는 고통이 응어리가 되어 쌓였습니다. 약으로 다스릴 수 없었죠. 기댈 곳도 없다 보니. 세월 속에서 고통은 그리움이 되더군요. 감정을 너무 소모한 탓입니다. 가을이면 마음에 쌓이는 고독에 시달려 고통을 더했습니다.
고독이 짙어갈 때마다 걸었습니다. 호젓한 오솔길을 혼자서. 막혀 있던 눈물샘이 터지면서 단풍잎처럼 눈시울이 붉게 만들었습니다. 슬픔의 눈물이라면 하염없이 소리 내어 울었을 겁니다. 영혼에 깃든 외로움을 달래야 했거든요.

도심의 아스팔트 길, 너무 삭막했습니다. 흔들리는 영혼은 방황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도 현란한 불빛과 광란의 음악만 난무합니다. 유혹과 소비를 부추기는 손길이 영혼을 빼앗아 가려해 힘들었습니다.
세상엔 길이 많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선택은 자유죠. 하지만 권하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오솔길입니다. 걸어 보면 다른 건 보이지 않습니다. 나만 보입니다. 시간, 자유, 사색, 상념, 외로움 등등 만날 수 있는 추상명사가 많습니다.
어떤 것이든 골라 영혼과 같이 걸어보면 잠시 고통을 잊을 수 있습니다. 인생이란 길에서 만나는 고통, 딱 하나입니다.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안 되는 것, 그게 고통입니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호젓함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세상, 절대 내 마음대로 안됩니다. 살아 보니 깨닫게 된 사실입니다. 답? 있습니다. 오솔길에 내려놓은 무수한 가을잎, 그게 답입니다. 내려놓고, 비우는 겁니다. 알지만 쉽지 않죠. 스스로 부처님이 되어야 합니다. 어차피 빈손으로 떠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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