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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왜 세월이 빠를까

by 훈 작가 2025. 12. 5.

예전엔 시간이 늦게 갔다. 초등학교 때 달력에 소풍 가는 날을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 치고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이 왜 빨리 오지 않는지 답답했다. 그날만 그런 게 아니었다. 생일도 그랬고, 추석이나 성탄절도 그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세월이 쏜살같이 빠르게 갔다. 나이 40이 지나면서 한 달이 금방 가고 일 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과학자 연구에 따르면 10대 시절엔 하루 동안 수백 개의 서로 다른 변화가 기억 속에 채워진다고 한다. 반면, 50대 나이에 들면 하루에 단 몇 개의 변화로만 채워진다 한다. 일련의 기억들이 압축되어 시간의 변화를 느끼는데 변화가 적을수록 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세월 빠르기는 나이에 비례하여 느낀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것 같다. 고등학교나 대학 동창 모임에 나가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세월이 빠르다고 한다. 으레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었나 보다. 뇌는 변화를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적을수록 짧게 받아들인다는 연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엊그제가 새해였는데 12월이다. 나이가 많다고 시간이 빨리 가지는 않는다. 내 일상도 변화가 많지 않다. 내가 붙잡고 있던 가을이 떠나고 나니 카메라 들고나가는 날이 별로 없다. 그런 날은 한나절 신문을 샅샅이 훑어보거나 잠깐 책을 보거나 글 쓰는 게 전부다. 블로그에 포스팅 때문에. 

 일상에 변화가 적거나 무료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은퇴 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하면 많은 변화를 주고, 가치 있게 보내야 하는지 숙제를 던져 준다. 하루 일상 중 특별히 몰두하는 일을 만들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져 시간의 흐름에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도 끝자락에 서 있다. 누군가는 세월이 너무 빠르고, 또 누군가에게는 느리다. 누구도 시간을 빠르게 할 수도 늦출 수도 없다. 그러나 늦춰보려는 노력이나 시도는 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방법은 새롭고 다양한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게 좋다. 그중 하나가 취미 생활이다. 내 경우 겨울이 되니 사진 찍을 일이 줄어들어 변화를 만들 여력이 없다.
 
그래서 세월을 좀 느리게 느끼려고 일부러 낯선 거리를 운동삼아 걷곤 한다. 다행히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거북이걸음을 하 듯하 천천히 가는 것 같다. 다만 날씨가 추워지니 이마저 여의치 않다. 가는 세월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짧은 지나간 가을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생각해 보니 인생은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좋은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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