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직장인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단어입니다. 떠나기 싫은데, 더 일하고 싶은데, 혹시 명단에 오르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만듭니다. 말이 희망이지 사실은 절망이나 다름없습니다. 아파트 대출도 갚아야 하고, 대학생 딸도 졸업하지 않았는데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거든요. 마땅히 이직할 직장도 없으니 연신 담배만 피우는 날이 많습니다.
20년 넘게 일한 직장, 내 삶의 전부 같았던 곳, 희망퇴직 대상자가 될 게 뻔해 고민이 깊어지는 직장인이 많을 듯싶습니다. 동료와의 관계도 좋고, 업무능력도 인정받고 있는데, 막상 발표 명단에 내 이름이 뜨면 충격이 심합니다. 회사에 대한 서운함도 크죠. 내가 이렇게 떠나야 하나 싶죠. 사내 정치를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12월은 더 춥게 느껴집니다. 자칫 우울한 마음에 선술집을 들락거리며 소주잔 기울이는 날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 한 것 같은데 배신당해 쫓겨 나가는 것도 같고, 선배들이 그렇게 나갔으니 어쩔 수 없다 싶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직장이란 게 이런 건가,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직장, 냉정한 곳입니다. 목표를 위해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여러 부서와 팀으로 이루어진 조직, 그 울타리 안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만,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할 수 있는 인간적인 조직은 아닙니다. 겉으론 그렇게 보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막상 퇴사하고 나면 바로 느끼게 됩니다. 인연은 거기까지입니다.
입사와 함께 맺었던 연결 고리, 생각보다 너무 약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끊어집니다. 서운할 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끈끈한 관계가 아니었던 겁니다. 이는 인간관계의 부족함이 아니라 상황이 만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주던 상사도, 평생 함께할 것 같던 동료도 퇴사하면 끝입니다.
빨리 잊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래도 한동안 허전함 때문에 마음의 정리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일순간에 찾아오는 공허함,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래도 그런 직장이 있어 사랑하는 가족을 지켰구나, 하고 생각이 들면 다행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걸 떨쳐내면, 말 그대로 희망퇴직에서 퇴직을 받아들이면 희망만 남습니다.
희망이란 단어만 남으면 그 순간부터 내가 어떡해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비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대신 냉정하게 나를 평가해야 합니다. 내가 직장 생활할 땐 어땠었는데 하면, 바로 꼰대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남은 희망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희망은 새로운 출발입니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즐길지, 아니면 어떡해야 더 일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경력을 살리고, 조금 낮은 급여라도 구직할 수 있으면 기회를 찾고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마음에 차는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쨌든 희망이란 그릇에 무엇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만은 잃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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