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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따뜻한 이별

by 훈 작가 2025. 12. 12.

슬픔을 만져봅니다. 따뜻합니다. 사랑이 식지 않아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그리움이 사그라들면 차가울 지도 모릅니다. 사는 동안 숱한 기억 속에 숨은 가을이 흩어져 떠나갔습니다. 이별이 심장을 아프게 할 때마다 참았던 슬픔이 비가 되어 바람에 날립니다. 애잔한 추억과 그리움이 울며 떨어져 슬픔과 이별의 시간을 갖습니다.

 

가을비, 애수에 젖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슬픔에 잠겨 있는 것 같아 가던 걸음을 멈추고 만져본 겁니다. 녀석이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빨갛게 부어 있습니다. 헤어지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이별이 얼마나 싫었으면, 가을과 얼마나 정이 깊게 들었으면, 떠나지 못하고 울고 있을까, 안쓰러워 보입니다.

 

모른 척하고 가 버릴까, 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다가가 어루만져 봅니다. 인연이 남긴 이별의 감정 때문입니다. 떠나기 싫어도 떠나야만 하는 건 생의 운명입니다. 어차피 인연은 기쁨으로 시작해 슬픔으로 정의되는 것. 슬픔은 따뜻한 이별에서 심장을 아프게 하는 사랑으로 기억될 겁니다.

 

진정한 슬픔은 따뜻해야 합니다. 차가운 이별은 눈물이 없습니다. 냉정한 이별은 마음에 상처와 함께 서러움이 남습니다. 가을이 남긴 이별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슬퍼도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그런 아픔을 남기지 않습니다. 슬퍼도 애잔한 정이 있어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나는 그래서 이 가을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따뜻한 슬픔은 또 다른 계절에 만날 수 있는 알기 때문입니다. 가을비가 슬픔을 위로해 주고, 내 심장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오늘의 슬픔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돌아서 만날 겨울도 견딜 수 있습니다. 속세의 만남과 이별이 남긴 슬픔은 가슴을 아리게 해도 가을은 그렇지 않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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