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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첫눈, 한 줄의 시가 되었으면

by 훈 작가 2025. 12. 7.

이 밤의 주인이 누구일까

 

가을빛이 물러갔으니 차가운 어둠일까. 오랜 세월 그래왔으니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닌 듯합니다. 검게 물들었던 밤이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으니까요. 이 정도면 어둠은 첫눈 앞에 너무 무기력하죠. 하늘도 땅도, 겨울밤을 지배하려던 어둠은 첫눈에게 주인 자리를 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얀 세상이 되었으니 어둠 속에 숨으려던 외로움이 다시 거리로 나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환호하고요. 일 년을 기다렸던 첫눈이거든요. 누군가 만나 커피도 마시고 싶고, 그냥 가슴도 설렙니다. 아이들은 더 하죠. 밤인데 엄마를 보채죠. 덩달아 옆에 있던 강아지도 반깁니다. 첫눈을 반갑게 맞이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첫눈이 사랑받는 이유를 난 모릅니다. 하지만 말하라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있기는 할 텐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난 창가로 다가가 첫눈 오는 밤거리를 말없이 봅니다. 매일 산책하는 공원도, 아파트 뒤쪽 도로도 팝콘 기계에서 팝콘이 마구 터지듯 하염없이 내립니다.

 

오래전 첫눈 오던 날 라디오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연인들이 첫눈을 맞으며 걸으면 사랑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첫사랑이 끝 사랑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왜 끝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아시다시피 눈은 순백의 의미가 있습니다. 첫사랑도 그렇겠지요.

그랬던 사랑이 방황하게 되고, 세월에 오염되면서 꺾이고, 사랑의 언약이 약해지면서 이별의 아픔을 겪게 됩니다. 때론 고뇌와 시련 속에 슬픈 사랑으로 마음속에서 멀어지게 되는 듯합니다. 순수했던 첫사랑이 현실에선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순수한 첫사랑은 한 줄의 시로 가슴에 남는 가 봅니다.

 

이후 우리는 성숙한 어른이 됩니다. 첫사랑의 그리움보다 사랑을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첫눈의 의미처럼 순수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만큼, 가슴이 넓어지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세상의 어둠을 조금이나마 덮어주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겁니다.

 

첫눈이 한 줄의 시가 되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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