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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이웃 사촌

by 훈 작가 2025. 12. 22.

사람을 끊습니다.
 
중앙일보 1면 기사(2025년 12월 22일) 제목입니다. 신문은 관계의 빈곤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며 떠오른 단어가 이웃사촌입니다. 어릴 적부터 듣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아도 앞집, 옆집, 위아래 층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 나오던 날, 어머니는 손수 떡을 하셨습니다. 그날 저녁 나는 이웃집이 옆집, 앞집 뒷집에 떡을 돌리는 심부름을 했습니다. 그 시절엔 이사 가거나 오면 당연히 하던 이웃에 대한 인사치레였습니다.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이지만 훈훈한 이웃 간의 정을 그렇게 나누었던 겁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지금은 어떨까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곤 합니다. 층간소음, 흡연, 주차 관련 내용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쓰레기 분리수거입니다. 주거 문화가 공동주택인 아파트 형태로 바뀌면서 서로가 지켜야 할 기본 예의를 지켜 달라는 당부 방송입니다.
 
이런 민원은 10여 년 전 입주부터 관리사무소에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민원입니다. 요즘도 심심치 않게 안내 방송이 나오곤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웃 간에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싸우는 큰 소동이 없는 점입니다. 게다가 옆집은 물론 위아래 층과도 서로 잘 지내고 있어 불편한 게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중일일보 홈 페이지

그런데 놀란 게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기사 내용 때문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앞집 문 열리는 소리나 인기척이 있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나와 달라. 이 정도는 서로 지켜야 할 암묵적인 룰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웃집 쪽지를 받았다는 사연이 올라와 논쟁이 벌어졌다. "인사 한번 하면 될 일을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 "그 정도로 예민하면 공동주택에 살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이웃을 마주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앞집 사람을 맞닥뜨리면 불편하고 두려울 수 있다"며 쪽지 쓴 이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웃사촌이 옛말이 된 게 사실로 보이는 기사 내용입니다. 물론 기사 내용을 일반화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런 상황이 현실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예전보다 살기 좋은 세상인데 어딘지 모르게 삭막한 세상이 되어 가는 느낌, 신문을 보고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연말과 성탄절을 앞둔 시점이라 더 그렇게 생각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Daum

가끔 아내와 같이 코스트코 매장에 가면 그때마다 아내는 옆집에 필요한 거 없냐고 카톡을 보냅니다. 우리는 문자로 받은 쇼핑 목록을 함께 산 후 따로따로 영수증을 끊어 포장해 현관 앞에 갖다 주곤 합니다. 가는 길에 조금만 수고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사소한 정을 나누며 이웃사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 같다고 연락이 와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잠가준 적도 있습니다. 옆집도 고마움의 표시로 귀한 과일도 갖다 주곤 합니다. 아이들도 잘 알고, 마주 치면 꼭 인사를 하죠. 그렇게 지낸 지 오래되었습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이웃사촌이 될 수 있는데, 왜? 마음을 꽁꽁 닫고 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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