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흘러갔는지 안 보인다. 흔적도 없다. 시간이 만든 세월은 분명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 다만, 흔적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의 장르에 역사를 만들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세월의 기록을 차곡차곡 그 안에 쌓는다. 그 안에 나는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생각해 보니 내세울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2025년 한 해,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의 궤도를 달리지는 않았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위해 블로그에 꾸준히 글도 올렸고, 콘텐츠를 만들려고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그런 와중에 신춘문예에 투고할 단편소설도 써 12월 초에 응모까지 했다. 소설협회 동인지에도 작품을 올렸다. 그런데 신춘문예는 또 낙방이다. 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새해 다짐이 얼마 못 가서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많았던 시절에 비하면 흔적을 남기려고 부단히 애쓴 일 년이다. 남들처럼 새해 해돋이를 맞으며 새로운 마음으로 다짐한 것은 없었지만 허투루 보내진 않았다. 해넘이나 해맞이 명소에 몰려든 사람들이 어떻게 올 한 해를 보냈는지 모르지만 내 딴엔 이렇게 보낸 것에 대해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오늘 밤 또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나는 그 시간에 지난해처럼 이렇게 다짐할 것이다. 새해에도 새로운 나를 끊임없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래서 굳이 새해 첫날만 요란스럽게 해돋이 명소를 찾아갈 필요 없다고 날 위로할 것이다. 사실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애써 아닌 척하며 말이다.

하늘이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신춘문예’ 대한 나의 무모한 도전은 내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할 확률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목표이니 꿈을 버릴 순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쓰고 싶어 쓴다. 인간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계속 작품 속에 그려 넣고 싶기 때문이다.
세월은 변함없이 내 생명의 시간을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세월의 속도가 나이에 비례한다고 한다. 나이 들수록 빠르게 지나가는 걸 느낀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세월이 흐르는 것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부정적으로 보면 죽을 날만 자꾸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아직도 삶의 여정까지 갈 길이 내겐 멀다고 난 생각한다.

그래서 난 세월은 약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맺혀있는 아픈 상처를 떠나는 세월 속에 흘려보내고 싶어서다. 그렇게 해야만 남은 세월을 낭비하지 않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세상에서 세월을 가장 낭비하는 사람들은 모두 감옥에 있다. 그들은 신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거다. 왜냐하면 한 번뿐인 인생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쁜 기억은 모두 보내자. 그리고 기억하자,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걸. 그다음 신에게 이렇게 기도하자, 슬픔과 어려움을 웃음으로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달라고 말이다. 진정한 삶의 여유는 슬픔과 비극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난 인생에서 웃음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걸 꼭 기억하며 살고 싶다. 신의 부름을 받는 그날까지.
'Photo 에세이 > 라떼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무시(無時)로 (22) | 2026.01.05 |
|---|---|
| 새해 소원 비셨나요? (15) | 2026.01.04 |
| 세모(歲暮)의 추억 (20) | 2025.12.30 |
| 지하철 풍경 (13) | 2025.12.29 |
| 회식(會食) (26) | 2025.12.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