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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봄, 어떻게 올까요?

by 훈 작가 2026. 3. 16.

봄의 전령사 산수유꽃

소리 없이 옵니다. 온다는 말도 없이. 봄은 늘 그렇게 왔습니다. 단 한 번도 봄이 우리에게 온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온다고 말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왜 말없이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언제 어떻게 봄이 오는지 모릅니다. 어느 날 눈 떠보면 왔나 보다 알게 되는 게 봄입니다.

 

봄은 수다스럽지 않습니다. 인간으로 치면 침묵이 언어입니다. 봄은 말 대신 보여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봄이 보여 주는 걸 보고 봄이 온 걸 알게 됩니다. 봄이 동사 보다에서 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봄이 무엇을 어떻게 보여 주기에 우리가 그것을 보고 봄이 온 걸 알까요?

봄의 전령사 산수유꽃

그게 꽃입니다. 말 대신 몸짓으로 보여 주는 거죠. 어느 날 슬쩍 내가 왔어.” 하고 꽃을 통해 자신이 왔으니 보라는 겁니다. 봄은 운명적으로 얼굴을 꽃 속에 숨기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봄을 꽃으로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나저제나 우리가 봄꽃을 기다리는 건 이 때문입니다.

 

어느 시인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고 했죠. 하지만 봄꽃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먼저 핍니다. 성질이 급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자기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든, 아니면 알아보든 말든 개의치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봄을 어느 날 갑자기 만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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