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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아침을 열며

by 훈 작가 2023. 5. 8.

바닷가에 가면 바다를 만납니다. 하지만 새벽 바다를 만나러 가면 바닷가 들려주는 숨소리를 먼저 만납니다. 캄캄한 어둠을 덮고 자는 바다는 그 어떤 모습도 보여 주지 않습니다. 대신 파도 소리만 속삭이듯 들려옵니다. 저 멀리서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 소리는 바닷가 모래밭에 그 숨결을 남겨 놓고 떠납니다.

새벽 바다를 만나는 시간, 그 어떤 것도 그 무엇도 하루를 깨우는 햇빛을 막을 수 없습니다. 찬란한 아침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런데 바다를 덮고 있는 어둠이 물러난 자리에 회색 구름이 버티고 있습니다. 녀석들이 심술부리듯 아침 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모처럼 찾은 바닷가에서 아침을 맞이하는데 은근히 부아가 납니다. 

바다는 눈을 뜨고 일어나 일터로 나선 고깃배를 품에 안습니다. 나도 아침 해를 가슴에 안고 싶은데 해는 구름 품에 안겨 나오지 않습니다. 바다와 함께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 왔는데 속상합니다. 구름 품에 안겨 나오지 않는 아침 해나 파도 소리만 살랑이는 바다가 이런 제 마음을 알 리가 없을 겁니다. 

어쩌겠습니까. 세상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을. 그래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아침이 오지 않으면 우리의 삶을 시작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였습니다. 구름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던 햇살이 손짓하며 멋진 일출 대신 빛 내림을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일상이든 빛은 새 아침의 얼굴로 찾아옵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운 여명과 함께 찬란한 아침을 열지 않을지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빛은 어디에 있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빛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회색 구름이 결코 아침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삶과 행복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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