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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나홀로 행복할 수 있을까

by 훈 작가 2023. 6. 2.

<나혼자 산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혼자 사는 젊은 연예인의 일상을 통해 삶을 조명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그들의 하루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니 단조롭지만, 시청자의 호기심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합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혼자 사는 게 행복한 걸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걸 봅니다. 잘 모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4 가구 중 1 가구는 1인 가구라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2년 뒤, 3 가구 중 1 가구는 1인 가구가 될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보면 실감할 수 있습니다. 진열대에 1인용 포장 식품이 넘쳐납니다. ‘혼밥’, ‘혼술’을 위한 1인용 식탁도 이젠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고, 행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꼰대 같은 말일지 모르지만,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서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조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은 절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없으니까요.

나비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꽃밭에서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야 할 나비가 왜 홀로 앉아 있는지 쓸쓸하게 보입니다. 나비는 나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쩌면 쓸쓸하게 보인다는 생각도 시대에 뒤떨어진 나만의 관점일 수도 있을 겁니다. 나비가 세상 물정 변한 것도 모르냐고 반문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나비가  MZ세대를 대신하여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혼자가 싫거든요. 남들 부럽지 않게 데이트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애인과 영화도 보고, 결혼도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엄두가 나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뭘 해요. 취업은 어렵죠, 결혼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설상가상 전세 사기가 판치는 세상이잖아요. 한편으론 내가 열심히 일해 번 돈 나를 위해 쓰고 싶어요. 결혼해서 가족이나 자식을 위해 쓰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나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여 취미도 즐기고 여행도 다니면서 살고 싶어요. 무엇보다 내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다음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 거예요. "

한때는 가족의 행복이 첫 번째 덕목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가치관도 변하는 모양입니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듯합니다. 물론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돈은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 이상을 충족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많은 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직 충분히 많은 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돈은 있을 만큼 있는데 사랑하는 가족이 없는 행복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것은 불행한 나홀로 행복일 겁니다. 이걸 행복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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