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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그 여름의 카페

by 훈 작가 2023. 7. 24.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가왕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첫 구절입니다. 예전에 다방 또는 찻집으로 불리던 간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있지만 거리에서는 사라진 듯합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다방이나 찻집은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 누는 사교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를 카페 카페가 대신하고 있죠. 요즘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고,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고, 연인이나 친구끼리 수다를 떨거나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약속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적당히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카페인 것 같습니다.

스타벅스가 서울에 상륙한 후 탐앤탐스, 커피빈, 엔제리너스 커피, 카페베네, 투썸플레이스 등 기업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카페 문화가 대중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점심 식사를 라면으로 때울지라도 커피만은 아메리카노를 마셔야만 직성이 풀릴 정도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납니다.

그런데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처럼 분위기 있는 곳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듭니다. 세월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시대유감(時代遺憾)’이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이제는 예전에 없던 카공족까지 등장해 카페 사장님의 심기가 불편한 시대로 변했습니다. 낭만은 자취를 감추고 차가운 시선만 신경 써야 하는 세상이 된 듯합니다.

사진은 동해시 논골담길의 한 카페입니다. 여름 바다가 낭만을 부르고, 파도 소리가 가슴을 씻어주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카공족처럼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요.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멋진 실내장식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야 커피 맛이 나는 것 아닐 겁니다.

한때 다방이나 찻 집은 외로울 때 외로움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나 홀로 사색에 잠기어 조용한 음악을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는 찻집이 그립습니다. 여기저기 카페가 많기는 한데 그런 카페가 없는 것 안 보입니다. 사진 속의 카페처럼 소박하면서도 마음 편안하게 외로움을 마실 수 있는 카페를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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